코로나19 발원지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약 600만 명의 사망자와 4억 명 이상을 감염시킨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의 발원지를 둘러싸고 우한의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 기원설과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유출설이 엇갈려 왔다. 전자는 자연발생설, 후자는 인위적 조작설을 뒷받침한다. 이는 다음 유행병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지정학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논쟁에서 화난시장 기원설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논문 2편이 26일(이하 현지시간) 동시에 발표됐다. 개방형 정보 플랫폼 ‘제노도(Zenodo)’에 발표된 두 논문을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2개의 논문은 2019년 말, 화난시장에서 판매된 살아있는 포유류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2가지 계통이 퍼져 나갔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애리조나대 마이클 워로비 교수(진화생물학)는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보면 대유행이 화난 시장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매우 분명한 그림”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를 품었을지도 모르는 야생 포유류가 2019년 12월에 판매되고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너구리, 말레이호저, 붉은여우 등 다양한 포유류가 판매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2014년과 2019년의 사진이었다. 중국 연구진이 유전자 샘플을 수집하기 위해 2020년 초 시장에 도착했을 때는 남아있지 않았던 야생동물이다. 또 2020년 1월 화난시장의 바닥과 벽 등 표면에서 채취한 유전자 검체를 통해 노점상들이 모여 있던 시장 남서쪽 구석에서 SARS-CoV-2의 흔적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첫 번째 알려진 사례가 화난 시장의 판매업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19년 12월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156명의 지리적 분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화난시장 주변에 몰려 있음이 확인됐다. 또 중국 소셜 미디어인 웨이보에 중국 과학자들이 수집해 올린 2020년 1~2월 확진자 737명의 위치를 분석했다. 그러자 화난시장에서 멀리 떨어진 우한 중심부의 다른 지역과 고령자 거주 인구가 많은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패턴은 처음엔 화난시장을 중심으로 퍼지다가 이곳을 찾은 손님을 통해 도시 전체로 나갔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런 패턴이 우연히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더 많은 단서는 팬데믹 초창기 첫 몇 주 동안 표본으로 추출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진화 가계도를 만들었을 때 드러났다. 초창기 코로나19의 가계도는 A와 B 두 계통으로 나뉘었다. 연구진은 화난시장에서 서로 다른 두 동물로부터 유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B 계통은 2019년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인간에게 전파됐으며, A 계통은 다른 동물을 통해 그 후 몇 주 뒤 전파됐다고 분석했다. 과거 연구는 B 계통만 확인했으나 워로비 연구팀은 A 계통의 초기 두 사례를 시장 근처 거주자에게서 발견했다.

논문이 발표되기 하루 전날 중국 질병관리예방센터의 과학자들도 2000년 1월 화난시장에서 채집한 시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두 계통이 있음을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화난시장에서 수거한 장갑에서 A 계통의 바이러스를 검출했다는 것. 이는 워로비 연구진의 계통 추적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워로비 교수는 중국 측 논문 내용을 사전에 몰랐다고 말했다.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은 코로나19 초기부터 의심의 대상이었다. 2019년 12월 말, 시장에서 일하던 몇몇 사람이 괴상한 형태의 폐렴에 걸렸다. 12월 30일 공중 보건 관계자들은 시장과 관련된 새로운 폐렴 사례들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우한 시내 각급 병원에 내렸다.

1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폐렴의 원인이라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에서 불안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2년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SARS-CoV-1)를 원인균으로 하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발병으로 774명이 목숨을 잃은 전력이 있다. 과학자들은 나중에 그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기원해 사향고양이 같은 야생 포유동물에게 퍼졌고, 그 후 그 포유동물이 팔리는 시장에서 사람에게 전파됐다고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사스의 재발을 우려해 화난시장 폐쇄를 명령했고 우한 경찰은 2020년 1월 1일 시장을 폐쇄했다. 유해 물질 보호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노점을 씻고 소독했다. 중국 과학자들은 시장의 지표와 하수구에서 채취한 샘플 수십 개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지만 시장에서 유통되는 동물에게서 채취한 표본에선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실험실 유출설이 대두하게 됐다.

그동안 실험실 유출설을 반박하는 다양한 논문이 발표됐으나, 이번 논문만큼 화난시장 기원설을 다양한 경로로 입증한 논문은 없었다. 논문을 검토한 루이지애나주립대 제레미 카밀 교수(바이러스학)는 “아름답다고 할 정도로 지금까지 정보를 종합해 (화난시장 기원설을) 단순 명쾌하게 보여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기원설을 지지하기를 주저해 온 과학자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의 바이러스 학자인 제시 블룸 박사는 시장에 나온 동물이 스스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현저히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사실일 수 있지만 확신을 갖고 사실이라고 말하기엔 데이터가 충분하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화난시장 코로나19 계통이 두 갈래라는 것에 대해서도 ”A 계통은 사람들에게 퍼지는 과정에 생겨나 거꾸로 화난시장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새로운 연구는 화난시장에서 어떤 동물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렸는지를 정확하게 지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워로비 교수와 동료들은 중국 연구진이 수집한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그 미스터리를 더 조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분석 대상이 될 유전자는 바이러스 유전자 외에도 이를 전파한 포유동물의 유전자까지 포함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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