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이슈로 얼룩진 베이징 동계올림픽

[박창범의 닥터To닥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카밀라 발리예바 선수가 여자 피겨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끝난 베이징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청소년 러시아 선수가 도핑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약물이 도핑에 관련이 되어 있을까?

도핑(doping)이란 운동선수가 자신의 운동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하는 것을 말한다. 도핑이란 말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18세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전통춤을 출 때 기분을 고양시키기 위해 마시던 술의 일종인 dop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범죄자들이 사용하던 일종의 환각제를 가리키던 속어인 doop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원래 경주마에 투여하던 약을 도프(dope)라고 하는데 이 말에서 도핑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러한 도핑의 역사는 오래되어서 근대이전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이 환각성분이 있는 버섯이나 희독말풀, 곰팡이가 핀 무화과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현재 전세계가 도핑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이유는 도핑에 사용되는 약들로 인해 공정한 스포츠경쟁이 저해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부적절한 약물사용으로 선수의 건강을 망치거나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참고로 최근 동계 및 하계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국가 대표선수가 아닌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들이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는 이유는 2019년 독일의 한 TV 다큐멘터리에서 러시아 운동선수의 99%가 도핑약물을 복용한다고 하는 의혹을 제기하였고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선수들에게 도핑약물을 복용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되어 2020년 12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러시아의 2년간 올림픽, 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제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징계 범위가 국가자격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으로 선수들은 자국 올림픽위원회 소속으로 출전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현재 도핑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 약물은 크게 다섯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각각의 약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흔히 사용되고 있는 약물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이다. 남성호르몬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약물을 주사하거나 복용하면 더 세고 강하게 훈련할 수 있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고 근육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의 부작용으로 남성의 경우 대머리가 되기 쉬우며 여성의 경우 남성화된다. 문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심혈관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에 프로레슬링 선수나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40대에 급사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아마도이들이 복용하거나 주사한 남성호르몬의 부작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로 자극제(stimulants)로서 맥박수와 심장의 혈액흐름을 증가시켜 좀더 정신을 맑게 하고 피로감을 빠르게 회복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약들은 오랫동안 복용하면 의존성(addiction)이 있어 중단하기 어렵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심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번에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트리메타지딘(trimethazidine)의 경우 실제로 협심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으로 운동선수의 신체적 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인정되어 2014년 1월부터 도핑금지약물로 지정되었다.

세번째로는 이뇨제(diuretics) 및 은폐제(masking agent)가 있다. 이뇨제는 말 그대로 몸에서 이뇨작용을 통해 수분을 배출하는 약으로서 권투나 경마와 같은 스포츠에서 선수들의 체중감량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도핑약물 검출에 소변이 사용되는 것을 악용하여 다른 금지된 약물사용을 숨기기 위하여 사용된다.

네번째로 모르핀이나 옥시코돈과 같은 마약성진통제(narcotic agent)로서 부상이나 피로에 의한 통증을 줄어주는데 사용된다. 하지만 이들 약품들은 중독성이 있어 오랫동안 사용하면 약물의존성이 생길 수 있고, 약물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통증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부상이 악화된다.

다섯번째로 펩타이드 호르몬으로 대표적인 것이 에리트로포이에틴(erythropoietin, EPO)과 성장호르몬이다. 에리트로포이에틴은 흔히 조혈제라고도 하며 만성신부전환자의 빈혈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몸에서 적혈구 생성을 증가시키는데 운동선수가 사용하는 경우 근육량과 힘이 증가하고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준다고 한다. 성장호르몬(human growth hormone)은 신체의 성장, 발달 및 재생을 자극하는 호르몬으로 운동선수가 사용하면 피로회복을 돕고 근육량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1989년부터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 외에 부신피질호르몬(glucocorticoids)과 베타차단제도 금지약물이다. 부신피질호르몬을 사용하면 항염증효과로 인하여 심각한 부상을 입은 운동선수가 부상으로 인한 통증을 일시적으로 느끼지 못하게 하지만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달과 같이 얼굴이 동그라지고 (moon face), 피부가 얇아지며 골다공증 등의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베타차단제는 고혈압을 조절하고 급성심근경색 예방과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맥박수를 떨어뜨리고 손떨림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양궁이나 사격과 같은 종목에서 금지되고 있다.

혈액도핑(blood doping) 혹은 자가수혈도 금지된다. 혈액도핑 혹은 자가수혈이란 자신의 혈액을 뽑아서 저장하였다가 필요한 경우에 자신의 몸에 수혈을 하는 것으로 위의 에리트로포이에틴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이 사건에서 약물을 복용한 러시아선수를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 선수들이 이러한 금지 약물을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사용한 것이 과연 자신만의 의지일지 아니면 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성인들의 욕심에 의한 것일지 의문이 간다. 이 선수가 과연 자신의 의지로 금지 약물을 복용하였을까?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일이 없을까? 개인적으로는 대학입시가 위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입시비리문제가 생기면 그 잘못은 학생의 잘못일까 아니면 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부모님의 잘못일까? 성인들은 경쟁에 이기기 위하여 청소년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하여 스스로 고민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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