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환경호르몬 노출, 아이 언어 습득 늦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신 중 접하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의 복합물질이 아이의 두뇌 발달과 언어 습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플라스틱 제품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접하는 환경 화학물질 중에서 인체 내부에 존재하는 호르몬을 저해하는 물질을 가리킨다.

유럽연합 지원프로젝트(EDC-MixRisk)로 수행된 새로운 연구는 세포와 동물 모델의 실험을 인간과 연계하면서, 임산부의 54%가 실험적으로 정의된 수준의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위험 평가 방식은 개별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을 다루지만, 이 연구는 앞으로 복합 물질에 있는 동일한 화학 물질에 대한 노출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연구에는 스웨덴에서 웁살라대, 칼스타드대, 카롤린스카 연구소, 스톡홀름대 등을 비롯해 이탈리아 핀란드 독일 그리스 미국의 대학과 연구소가 참여했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인간과 동물의 건강과 발달에 위험할 수 있다는 증거는 꾸준히 늘고 있다. 물 음식 공기를 비롯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인체에 유입되는 플라스틱 파생품을 비롯해 해마다 수많은 새로운 복합물질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제품은 개별 화학 물질에 대한 노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지만, 실생활에서 무수한 복합물질에 노출되는 만큼 각각의 개별 기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는 스웨덴 칼스타드대에서 진행중인 셀마(SELMA) 연구를 토대로 했다. SELMA는 임신 초기부터 아이의 학령기까지 약 2000쌍의 모자를 추적하는 연구로, 내분비 교란물질 노출이 아이의 건강과 후반기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 목적이다.

SELMA 연구를 통해 임신부의 혈액과 소변에서 복합물질이 확인됐으며, 이는 생후 30개월 아이의 언어 발달 지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아이들의 54%가 태아기에 신경 발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 이상의 복합물질에 노출됐고, 이로 인해 언어 발달이 지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같은 위험은 개별 화학물질에 대한 기존 허용기준을 적용했을 때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파리자연사박물관의 생리학 및 내분비학 교수 바바라 드메네아는 “가장 영향받은 호르몬 경로 중 하나는 갑상선 호르몬이었다. 뇌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는 임신 초기에 최적 수준의 갑상선 호르몬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복합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아이의 언어 지연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구는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원제는 ‘From cohorts to molecules: adverse impacts of endocrine disrupting mixtures’.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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