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는 여성만? “3명 중 1명은 남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섭식 장애는 보통 소녀나 여성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섭식 장애는 정신적 문제로 음식 섭취에 장애가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 질환으로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과 폭식증(신경성 대식증)이 있는데 날씬한 몸매를 얻기 위한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발생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체중감량에 민감한 청소년기 소녀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통념은 잘못된 것이며 섭식 장애가 발생하는 사람 셋 중 하나는 남성이라고 CNN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주는 미국의 전국섭식장애협회(NEDA)가 정한 ‘전국 섭식 장애 주간’이다. CNN은 이에 맞춰 섭식장애가 여성만이 걸린다는 오해의 불식에 나섰다.

NEDA 홍보대사 프로그램의 의장인 라이언 쉘던(34)은 자신이 여덟 살 때부터 섭식장애를 겪어왔으나 주변사람은 물론 의사조차 웃어넘길 뿐 진지하게 진료하고 처방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섭식장애연구소 소장인 스튜어트 머레이 교수는 “섭식장애 환자 셋 중 하나는 성인 남성 아니면 소년이기에 이는 잘못된 믿음”이라고 지적했다. NEDA는 미국에서만 1000만 명의 남성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섭식장애에 걸린다고 설명했다.

섭식장애라고 하면 어린 소녀들이 엄격하게 음식을 덜먹고, 강박적으로 운동하고, 남몰래 폭식한 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모습을 떠올린다. 캐나다 토론토종합병원 섭식장애 프로그램 명예이사인 블레이크 우드사이드 토론토대 교수(정신의학)는 남성도 똑같은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는 근육질 히어로 아니면 깡마른 너드(과학에 심취한 괴짜) 같은 이상적 체형이 있는데 거기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런데 왜 일상에서는 섭식장애에 시달리는 남성을 많이 보지 못하는 걸까? 섭식장애를 대표하는 신경성 거식증은 19세기 소년과 소녀 모두에서 처음 확인됐다. 하지만 유방의 변화와 생리 불순 같은 여성적 특징이 그 진단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한동안 남성이 연구대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머레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러한 배제는 종종 낙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섭식장애가 있더라도 여자들이나 걸리는 병에 걸렸다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숨기게 됐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마구잡이 식습관이 남성적이라 옹호되는 문화가 생긴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머레이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셀럽과 인플루언서들이 실제론 그렇지 않으면서 과도한 운동 사진과 함께 엄청나게 많은 식사량 사진을 올려 사람들을 현혹한다”면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성별에 상관없이 이런 행위를 폭식증으로 분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년과 남성의 섭식 장애 징후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먼저 찾아보고 주변에 그런 소년과 남성이 있는지를 잘 관찰해보라고 조언했다. 우드사이드 교수는 “10대 소년들은 인간메뚜기처럼 그들이 지나가는 길에 모든 음식을 먹어 치우곤 하는데 이런 식습관이 갑자기 바뀌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의 섭식 장애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 나쁜 면은 섭식 장애 치료법이 주로 여성대상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남성에게 적합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남성의 경우 섭식장애 치료 효과가 훨씬 더 좋다는 것이다.

실제 쉘든 홍보대사 의장은 섭식 장애를 방치한 탓에 직장을 잃고 돈과 인간관계까지 망가졌다.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오는데 수 년 간의 전문치료와 지원단체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겪지 않는 길은 “감춰진 진실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기 혼자만 그런 일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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