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약물’ 케타민, 항우울제 원격처방에 급속 확산 우려

마취제를 놓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프로포폴과 함께 마약류로 한때 악명을 떨쳤던 수면 마취제 ‘케타민’이 우울증 치료제로 미국 가정에 원격 공급돼, 재택 치료 붐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보건당국이 처방 규칙을 크게 완화했기 때문이다.

마약류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티 약물’(클럽 약물)’로 금기시됐던 케타민을 가정에서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케타민의 정신건강 재택 요법을 하나의 돌파구이자 도박으로 여기며 이 약물을 소비하는 데 돈을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케타민의 의학적 효과에 대한 장기적, 대규모 연구는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규제되지 않은 온라인 붐이 자칫 사고 또는 규제 단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탠퍼드대 의대 보리스 하이페츠 조교수(마취과)는 “케타민의 원격 공급은 천천히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손쉽고 잠정적인 해결책이지, 정신건강에 대한 통합적 접근 방식의 해결책이 아니어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케타민은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해리성’ 마취제로 쓰였다. 환각제 효과 덕분에 이 마취제는 왁자지껄한 클럽 문화에 쓰는 약물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의사가 케타민을 처방하는 것은 합법이다.

하지만 LSD 또는 MDMA(일명 엑스터시) 등 새로운 관심을 끄는 다른 일부 정신건강용 환각제는 의학적 유용성도 없고 남용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각 주의 규정과 관행은 다르지만 우울증, 불안 또는 만성 통증에 대한 직접적인 ‘케타민 정맥주사 요법’을 제공하는 클리닉이 최근 몇 년 새 부쩍 늘었다. 

케타민 ‘돌보미’(베이비시터)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자, 미국 보건 당국은 환자가 직접 병원에 가야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던 케타민 같은 약물을 의사가 원격 처방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서 고객(환자)을 평가하고 승인된 후보에게 가정용 의약품을 보내겠다고 제안하는 회사들이 크게 늘었다.

약 1년 전 출범한 누에 라이프(Nue Life)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의 후안 파블로 카펠로 CEO는 지금까지 환자 3000명 이상에게 케타민 공급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약물남용의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 ‘치료 표준’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치료 표준의 사례로, 약물 경험이 지속되는 약 90분 동안 성인 ‘돌보미’(베이비시터)가 고객을 돌보도록 지시하는 조치를 들었다.

케타민 경험을 6회 제공하는 서비스 패키지의 비용은 1250달러(약 149만원)다. 하지만 반드시 이런 고객 돌봄 서비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단순히 케타민을 찾는 사람들은 거리에서 더 싸게 살 수도 있다.

그는 “재택 원격의료 모델은 실제로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어서, 많은 환자가 이런 요법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탠퍼드대 하이페츠 조교수는 케타민의 높은 가용성에는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재택 치료로 어떤 비극이 발생할 경우 보건 당국이 접근권을 부쩍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바꾸다’

미국의 규제기관은 2019년 기존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성인 우울증 환자를 위한 약물로 케타민 유형을 승인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는 복용 후 2시간 이상 의료인의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는 등 엄격한 규칙이 적용됐다.

하이페츠 조교수는 “미국인들은 소송을 통한 문제 해결에 중요한 방아쇠를 쥐고 있다”며 일이 잘못됐을 경우의 소송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재택 치료 서비스보다 더 많은 용량을 투여할 수 있는 케타민 정맥 요법의 실제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 대부분 환자의 증상이 개선됐으나 약 8%는 치료 후 우울증이 도리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인드블룸(Mindbloom)이라는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해 재택 치료를 받은 뉴욕 시민 필립마클(36세) 같은 사람들에게는 케타민이 매우 유용한 도구다.

연기자이자 코미디언인 그는 12세 때부터 우울증과 싸웠다. 약물뿐만 아니라 LSD 등 환각제, 대화요법 등을 두루 시도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케타민의 경우는 달랐다. 다른 치료제가 단기적인 변화감을 주는 데 그치는 데 비해, 케타민은 명료감과 자기 수용감으로 도움을 줬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우편을 통해 어떤 약이든 투여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환각제를 스스로 투여할 수 있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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