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사람만 맨날 파는 우물, 해법은 없나요?

[윤희경의 마음건강]

“급박한 일을 만나도 저희 남편은 무사태평이에요. 하늘이 무너져도 당장 자기 앞에 피해만 오지 않는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를 사람이죠.  저만 매일 호닥호닥 뒤처리하느라 정신이 없고 집안과 관련된 대소사는 점점 저에게만 밀려오고 있어요.

뭘 좀 하자고하면 “할테니 그냥 놔두라”고 하는데 그냥 두면 정말 계속 ‘그냥’ 있어요. 천불이 나서 제가 하면 “자기가 할텐데 왜 하냐”고 하구요. 이제는 더 이상 말하기 싫어서 제가 포기한 상태예요.

청소와 빨래 같은 집안일 뿐만이 아니에요.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일에 대해서도 그래요. 그러다보니 일이 생겨도 의논도 안 하게 되고 매번 저 혼자 전전긍긍인 거죠. 원래 제 성격도 앞장서서 일하는 타입이 아니었는데, 남편이 저러니 제가 자꾸 나서게 되더라고요. 신랑은 절 더러 그냥 있어도 될 일을 성질이 급해서 일을 만든다고 하는데 누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요.”

옛 속담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먼저 판다고 했듯이 문제에 대한 인지를 먼저 한 사람이 대응도 먼저 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매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자신만 매일 우물을 파야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먼저 나서서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만 속이 터진다.

그렇다면 위의 내담자의 남편처럼 이런 무심한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정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를까?

정답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황 파악에 대한 능력의 차이 때문에 똑같은 상황에서 아내가 남편보다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인 것은 인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각성 능력이 남편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업무에 대한 감각, 즉 업무에 대한 파악 정도는 한 개인의 지각 수준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학습 실력은 좋아서 시험은 잘보는 사람이 막상 현장에 와서 일을 할 때 자신이 놓인 상황에 대해 파악 하는 센스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직원은 지시된 일 이외에는 알아서 챙겨서 하는 전체적인 ‘일 머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위의 사례에서 아내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자각도 빠르고 상대에 대한 감정 지각에 예민함을 가진 사례이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인간의 고등 뇌, 즉 생각하는 전전두엽과 감정을 느끼는 변연계가 있는 측두엽이 네트워크가 잘 되어 활성화된 상태다.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칠 경우 반응을 빨리하며, 판단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반면 위 사례의 남편을 무심한 사람으로 본다면 이는 자극이 들어오는 통로의 반응이 느려졌거나 차단된 것이다. 인간은 자극이 들어오면 자극을 분석하고 자극이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인지 득이 될 것인지를 반사적으로 결정한다. 이것을 컨트롤하는 반사기능은 주로 뇌의 측면 ‘측두엽’이라고 하는 부위가 담당하는데 귀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주먹 정도의 크기다. 이러한 측두엽에서 판단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불러온 자극을 머리 앞 이마쪽 뇌로 보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달, 즉 물류로 치면 유통 과정에서 차가 펑크를 내어 정보를 앞으로 보내지 못하는 배달 사고가 났다면 어떨까? 문제 인식을 정확히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 정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상담을 할 때 성인 내담자에게도 그림검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내부적인 억압이 많아 주저하거나, 자신의 문제에 대해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 ‘투사검사’라고 해서 정답을 예측하기 어려운 검사를 실시 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검사의 강점은 무엇을 검사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투사하여 반응한다는 점이다.

검사에서는 성격을 포함하여 내담자 정서 상태와 병리적 문제도 알게될 수 있다.

위 사례의 부인처럼 원래 자신은 앞장서서 일을 처리하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재 자신에게 주어지는 상황에 대해 힘들고 버겁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다. 정보가 잘 들어오지를 않으니 제대로 처리를 못하게 되고, 무심한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무심함은 정말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으로 뇌 활동 탓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은 의도적으로 모르는 척 하는 회피행동이다. 이는 일에 관여하기 귀찮고 주변에서 다 알아서 처리해 놓으면 자신은 참여만 하면 되기에 머리 쓸 일이 없고 편하다. 이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징적 행동이다.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파악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인지기능이 됨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안 가지려고 자신은 일부러 모른다는 반응으로  문제 상황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높다.

위의 사례는 후자로서 남편이 일을 떠맡기 싫어하는 회피 반응의 전형적인 행동이다. 이러한 사람에 대한 대응은 일을 분리하는 것이다.

‘ 내가 이것을 할 터이니 당신은 저것을 처리 해주세요’라고 구획을 나누는 방법이 회피행동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특히 직장에서는 업무에서의 경계를 명확히 주어 한사람에게 일이 몰리게 되는 불균형을 조정함으로 일을 못하는 사람과 안하려는 사람을 가려보고, 집에서는 구획을 나눔으로 감정적 억울함으로 갈등의 촉발 요인들을 제거해보자.

이는 부부사이에서만 이루어지면 안되고 가족으로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 하게 되면 오히려 가족의 소속의식이 높아지고 서로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게 될것이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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