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엄마 아빠 중 누구를 더 닮을까?

[박문일의 생명여행] ⑦아기 생김새의 유전

부부가 임신을 하면 궁금해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우리 아기는 건강한가이다. 이것은 사실 궁금하다기보다는 걱정거리였을 것이다. 자연유산 또는 조산 위험과 함께 선천성기형 여부도 걱정하는 부부가 많다. 산부인과에서 정기적인 산전진료를 하면서 대부분 이런 걱정은 사라지게 된다. 두 번째는 태아의 성별이다. 요즘은 과거에 문제가 되었던 남아선호사상이 거의 없어졌다. 대부분의 부부가 호기심 차원에서 태아의 성별을 궁금해한다.

그 다음 가장 많은 궁금증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이다. 임신 중 태아의 얼굴을 입체 영상으로 보여주는 3D초음파검사가 있지만 아직은 태어난 후의 실제 신생아 얼굴을 나타내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자궁속 태아가 아들이건 딸이건 간에 아빠를 닮을 것인지 엄마를 닮을 것인지는 모든 부부의 많은 관심사가 된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아기가 엄마 또는 아빠를 닮는 것은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로 결정되는데, 아기는 부모의 어느 한 편과 붕어빵처럼 닮았을 수도 있고. 부모를 모두 닮았을 수도 있으며, 또는 전혀 닮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면 독자들은, 유전된다면서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따라서 유전 형질과 발현에 대하여 먼저 설명을 하려한다.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란 유전 정보가 있는 DNA의 특정 부분을 뜻한다. 그 안에 유전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 정보가 저장돼 있다. 그러나 신체 내부의 유전 형질은 그대로 외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각각 다르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 용어로는 이것을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라고 한다. 같은 유전 형질을 가졌다고 해서 항상 똑같거나 비슷한 외모가 나타나지는 않는 것이다. 또한 어떤 특성을 가진 유전자들이 한 곳에 모이면 일부 형질는 증폭되고 일부 형질은 감소되기도 한다.

부모를 닮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유전자 재조합 때문이다. 부부는 각각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으며 그 중 23개는 무작위로 개별 난자와 정자 세포로 분류된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단일 세포가 되고, 계속 분열해 태아를 만든다. 만약 그 다음 아이를 낳는다면 어떻게 될까. 동일한 과정이 발생하지만 염색체는 다른 방식으로 뒤섞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재조합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다양한 재조합 과정 때문에 같은 부모의 형제, 자매라도 얼굴이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눈 색깔은 어떨까. 눈 색깔은 단일 유전자 특성이라서 비교적 예상하기 쉽다. 만약 부모 중 한 쪽이 갈색눈이고 다른 쪽은 파란색이라고 하면 아기는 대부분 갈색눈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갈색눈의 유전자가 우성인 반면, 파란색의 유전자는 열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눈 색깔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최소 8개나 있기 때문에 드물기는 하지만 해당 유전자가 활성화돼 발현되면 눈 색깔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머리카락 색도 우성을 따르는데 눈 색깔처럼 예측 확률이 높지는 않다. 최근 ‘네이쳐제네틱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머리카락 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124개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눈 색깔보다 훨씬 복잡한 유전 형태로 나타난다. 머리카락 색은 모낭 속의 멜라닌의 생성과 분포에 따라 흑색, 갈색, 금발, 혹은 빨강 머리 등으로 나타난다. 어두운 색상일수록 우성이며 밝은 색상일수록 열성이다.

사실 눈 색깔과 머리카락 색은 국제 결혼을 하지 않는한 별로 궁금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눈과 머리카락을 제외한 기타 얼굴을 형성하는 뼈, 근육, 피부 등의 각 조직이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것이 사실 더욱 예측이 어렵다. 왜냐하면 얼굴을 형성하는 각조직 세포는 복잡한 다유전자 형질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태아는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유전자를 더 많이 갖고 있다. 모든 세포 안에 살고 있는 작은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 때문이다. 이것은 어머니에게서만 받는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 생산 공장이다. 그것들이 없으면 세포는 외부에서 제공되는 영양분으로부터 에너지를 생성할 수 없으므로 자라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어머니는 자궁에서 10개월 간 태아를 키운 후에도 아기가 평생 살아갈 에너지원까지 제공하는 셈이다.

그러나 유전자 발현에 있어서는 부모 중 아버지 쪽이 우세하다는 유전학자들의 견해가 많다. 다시 설명하자면 어떤 유전자 양이 많다는 것과 해당 유전자가 발현되는가는 다른 영역인 것이다. 이 견해와 관련된 재미있는 가설이 하나 더 있다.

일부 진화심리학자들은 예로부터 아기가 아빠를 더 닮았다는 결정은 엄마들이 주로 한다고 하는데 ‘그래야만 아기가 아빠로부터 더 보호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해 왔다. 결국 부모로부터 “너는 아빠를 많이 닮았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많으므로 이것이 유전 형질 발현 결과로 간주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닮았다는 것은 주관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는 물론 독자들의 몫이다.

만약 “당신은 부모 중 누구와 더 닮았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나는 아빠를 조금 더 닮았지만 결국 엄마와 더 관련이 있습니다”가 현명한 대답이 되지 않을까.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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