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토닌, 처방 없이 먹어도 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멜라토닌은 수면을 관장하는 호르몬이다. 해가 지면 분비돼 잠을 유도하고, 해가 뜨면 분비를 멈춘다. 햇볕을 쬐면 생성되는데 부족하면 보충제로 섭취할 수 있다.

미국에선 건강기능식품이어서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 반면, 한국은 전문의약품이어서 처방전이 필요하고 값도 비싸다. 가격 차가 최대 수십 배에 이르다 보니, 처방받아 비싸게 먹느니 미국 제품을 사겠다는 수요가 크다. 특히 수면제 처방을 위해 정신과를 찾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해외 직구도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인터넷 쇼핑몰과 수입품 상가에서 공공연하게 유통된다.

멜라토닌은 수면 관련 약 가운데 내성과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알려진 덕분에 복용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 매체 ‘에브리데이 헬스’에 따르면 미국 내 멜라토닌 복용자는 최근 20년간 5배가 늘었다.

문제는 오남용 가능성. 중국 베이징대와 미국 메이요 클리닉 등이 이달 초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복용자뿐만 아니라, 복용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즈음만 해도 하루 5mg 이상 복용하는 사례는 보고된 바 없었지만, 그 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보다 더 많은 용량을 복용하고 있다.

과다 복용하면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이 나타날 수 있다. 개인에 따라 복통과 위경련, 설사가 생길 수도 있다. 복용 이후 수면 중 악몽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혈압을 낮추기 때문에 고혈압약을 먹는 이들은 주의해야 한다. 당내성을 낮추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도 조심해야 한다.

멜라토닌은 수면제와 다르다. 체온을 살짝 낮추는 등 잠들기 좋은 몸 상태를 만들어주지만, 수면제처럼 뇌의 활동을 억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심한 불면증, 수면 무호흡증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카페인이나 알코올을 많이 섭취했을 때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에선 비싼 가격 탓에 멜라토닌 보충제를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풀어 처방 없이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고, 미국에선 남용 위험을 들어 처방 의약품으로 묶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의사와 상담하여 정확한 복용량과 복약법을 선택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어둠의 경로’에서 구해야 한다면, 널리 인정받는 믿을만한 제품을 사야 한다. 2017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멜라토닌 보충제의 상당수가 성분표와 실제 함량이 크게 달랐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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