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과 무기력… ‘성인 ADHD’ 탓?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가 자주 듣는 말이 “게으르고 의지가 약하다”는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의 6.8%가 겪는 병이지만, 대부분 성격 탓으로 여겨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

미국 건강 매체 ‘메디컬 뉴스 투데이’에 따르면 ADHD는 대개 어린 시절 발병하지만, 환자 대부분은 평생 증상을 안고 사는 만성적인 경과를 보인다. 성인이 되면 과잉 행동보다는 주의력 결핍이 두드러진다. 계획 수립, 업무 관리, 작업 기억력 등이 저하한다.

성인 ADHD 환자는 업무 도중 자꾸 다른 일을 하는 탓에 마무리를 못 한다. 그 탓에 오래 걸리는 작업을 피하거나 아예 시작하질 않는다. 동료나 상사에게 ‘게으르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다. 감정적으로 분노나 충동 조절도 어려워져 실직, 이혼, 음주 운전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원인은 다양한데,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 등 신경생물학적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밖에 뇌 손상, 유전 등도 ADHD의 원인으로 꼽힌다.

성인 ADHD는 인지율과 치료율이 매우 낮은 질환이다. 한국의 경우 연구에 따라 유병률은 1~5%까지 다양하다. 50만~250만 명이 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ADHD 진료를 받은 성인 3만7000여 명에 불과했다.

성인 ADHD는 다른 정신과적 질병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우울증, 도박 및 알코올 중독, 분노조절장애 등이다. ADHD가 근본 원인이라는 게 밝혀내는 게 의료진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정신과 질환에 대한 편견 역시 성인 ADHD의 진단과 치료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영국 버밍엄대 알렉스 코너 박사는 “진단법을 개선하고, 대중적 편견을 걷어내야 성인 ADHD를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DHD 증상 대부분은 심리 상담으로 고쳐지지 않는다. 약물 투여 등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적절히 치료하면 ‘게으른 성격’이란 오명을 벗고 자존감, 생산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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