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뒤 암 사망자 절반으로”…‘암 문샷’ 성공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25년 뒤 미국의 암 사망자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암 문샷 구상(Cancer Moonshot Initiative)’이라 이름 붙여진 프로젝트다. 문샷은 케네디 대통령 시절 달착륙 프로젝트의 줄임말로 암 퇴치를 위해 그에 필적하는 예산과 연구인력을 투입하겠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암 문샷은 원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암 연구를 위해 2017년부터 7년간 18억 달러(약 2조 1711억원)를 투입하기로 한 프로젝트의 이름이었다. 당시 부통령으로 이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자로 임명됐던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확장하면서 ‘25년 뒤 암 사망률 최소 50% 감축’이란 뚜렷한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다시 첫 5년 예산으로 18억 달러를 추가 투입하고 보건복지부·보훈부 등 18개 연방 기관이 참여한 ‘암 대응 내각’을 꾸리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남인 보 바이든을 2015년 희귀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으로 만 46세에 앞서 보냈기에 암퇴치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바이든의 ‘암과의 전쟁’은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과학 전문지 《네이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기사를 10일(현지시간) 내보냈다. 미국 피츠버그대의 마이클 베키치 교수는 목표를 설정하는 데 두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째 측정가능해야 하고 둘째 달성하기 벅차다 싶을 정도로 고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원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우리 자신을 측정하게 되고 측정이 이뤄지게 되면 목표도 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암 전문가들에게 ‘암 문샷’은 중대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수십 년 동안 비현절적 정치적 약속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1971년 리차드 닉슨 전 대통령은 암을 5년 안에 치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16년 1세대 문샷 구상 발표 때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10년 간 이뤄질 암 연구를 5년 안에 단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베키치 교수에 따르면 가치 있는 목표이긴 한데 너무 주관적이라 측정불가라는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2세대 문샷에서도 1세대 문샷의 첫 5년간 성과 평가에 몇 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18억 예산 중 어느 정도가 추가 투입될지가 불분명하다.

미국 의회는 7년에 걸친 1세대 문샷에 18억 달러의 예산투입에 동의했다. 엄청난 액수로 들리지만 연간투자로 치환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라고 미국 예일대의 캐리 그로스 교수(역학)는 지적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예산이 매년 5% 증액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NCI는 광범위한 암 연구를 다루는 24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문샷 프로그램들은 소아암 퇴치를 위해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암 병변이 암세포로 진행되는 과정을 3차원 지도로 작성하고 있다. 암 조기진단 접근성의 격차를 해소하는 프로그램과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모범 임상사례를 현장 치료에 적용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NCI는 암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암연구공용데이터(Cancer Research Data Commons)’라는 인프라도 구축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1세대 문샷이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당초 약속했던 10년 분량의 진전을 5년 안에 달성했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국립암자문위원회(NCAB)의 12월 회의에서 NCI의 디나 싱어 NCI 부소장은 문샷 프로그램이 1212개의 출판물과 14개의 지원특허, 22개의 임상시험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싱어 부소장은 “우리는 올바른 측정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가 더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문샷 구상이 전에 암연구 분야에서 이뤄진 수많은 혁신과 문샷의 성과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제레미 워너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생물의학정보학)는 설명했다. 유전체학, 유전자 편집, 진단과 바이오마커 발견 등의 성과가 암연구 분야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과연 문샷이 이를 가속화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문샷 갱신이 기존 프로젝트의 연장으로 이어질 경우 ‘예산 잡아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 싱어 부소장은 12월 현재 프로젝트 중 약 3분의 2가 자금지원이 연장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이를 모두 수용할 경우 매년 1억 달러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건 쉬어도 종료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기 문샷 구상을 발표하며 암의 조기 진단 신기술 개발과 암세포에 대한 mRNA 백신 개발 같은 신기술 개발을 강조했다. 캐나다 퀸스대의 비샬 갸왈리 교수(종양학)는 “사람들은 새로운 암치료법 개발 소식에만 열광하지만 사실 이미 개발된 치료법으로도 수많은 암환자를 고칠 수 있다”면서 “정작 가용한 치료법에 접근할 수 있는 환자가 소수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샷이 시작된 2017년부터 새로운 치료법 개발보다 지금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그라운드샷’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주장해왔다. 하늘 높이 떠있는 달을 겨냥하지 말고 지금 현재 지상에서 벌어지는 암 조기검진과 치료법의 불평등부터 해소해야한다는 것.

미국 텍사스대 아멜리 라미레즈 교수도 미국 내 암 조기진단의 불평등 해소부터 시급하다며 이를 지지했다. 베키치 교수는 “문샷 구상의 핵심은 데이터 공유가 돼야하다”면서 문샷을 너무 복잡하게 만드는 대신 1세대 문샷 때 구축된 ‘암연구공용데이터’에 암연구 성과를 업데이트하는 속도를 개선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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