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페스 바이러스로 희귀 뇌종양 치료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미국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목숨을 앗아간 병은 가장 치명적 뇌종양으로 알려진 교모세포종이었다. 5년 생존율이 7%에 불과한 이 교모세포종을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통해 치료하는 법이 개발됐다. 최근 미국암학회(AACR) 학술지 《임상 암 연구》에 발표된 미국 앨러배마대 버밍엄 캠퍼스(UAB)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교모세포종은 중추신경계의 핵심세포인 신경교세포에서 암이 자라는 뇌종양이다. 신경교세포는 혈관과 신경세포 사이에 위치하며 신경세포의 물질대사에 관여하고, 상해나 염증이 있을 때 증식해 세포의 회복을 돕는다. 이 세포에서 암이 자라게 되면 초기 진단 후 평균 12~15개월, 재발 후 4~6개월 정도만 생존할 수 있다. 실제 매케인 의원은 교모세포종이 발견되고 1년 만에 숨졌다. 이번 연구 책임자인 UAB 의대 신경외과과장인 제임스 마커트 교수는 “50~60년의 연구와 수술,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교모세포종 환자의 생존력은 조금도 늘지 않았다”면서 “5년 이상 생존환자가 5~ 1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마커트 교수 연구진은 이런 교세포종 환자 6명에 대해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유전자 변형을 가한 G207 치료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임상시험 대상이 된 6명의 환자는 교모세포종을 수술로 제거한 뒤 방사선 치료와 화학치료를 받았다. G207은 그 뒤에 그들의 종양 부위에 직접 주입됐다. 그리고 며칠 뒤 연구진은 암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내기 위해 해당 부위의 유전물질을 추출해 검사했다.

마커트 교수는 “암세포는 다른 인간세포와 바이러스 대응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정상적 인간세포를 감염시키지 않게 DNA 변형을 가한 것이 암세포에는 작용하지 않는다”면서 “그 결과 바이러스는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G207의 이런 능력 외에 새로운 능력도 발견됐다. G207에 감염된 교모세포종은 면역체계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능력을 상실함으로써 인체의 면역세포의 공격 대상이 됐다.

실제 종양부위에서는 면역세포로 가득 차 있는 것이 관찰됐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면역체계가 암세포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위험 신호’를 만들어 낸 결과로 분석됐다. 교모세포종에 대한 G207의 이런 치료효과에 대해 마커트 교수는 “원투 펀치의 연타 공격을 가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연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치료법이 모든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킨 것은 아니지만 균일한 개선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1단계 임상시험에서 G207로 치료받은 교모세포종 환자 36명 중 2명이 5년 이상의 장기 생존율을 보였다. 마커트 교수는 가장 최근의 임상시험에서 G207 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소아환자 11명 중 4명이 18개월 이상 생존했다고 밝히면서 “상대적으로 면역체계가 건강한 어린이에게서 바이러스 치료효과가 더 잘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마커트 교수는 “추가 분석 결과 G207 치료 후 환자 생존과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가 500여 개 밝혀졌으며 절반 가량은 면역반응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누가 더 잘 반응할 것인지, 또 다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암협회 최고 의학․과학 책임자인 윌리엄 캔슬 박사는 “G207이 암과 싸우는 것을 돕기 위해 신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한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이 치명적인 뇌종양에 대항할 수 있게 면역체계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줬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캔슬 박사는 또 이번 논문을 통해 바이러스 치료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떤 사람이 이 치료법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명확한 설명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마커트 교수는 소아 뇌종양 컨소시엄을 통해 2단계 임상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라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교모세포종에 대한 G207 치료법에 대해 신속한 승인을 내려 주기를 희망했다. FDA는 2015년 피부암의 하나인 흑색종에 대한 G207 치료법을 한차례 승인한 바가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 https://clincancerres.aacrjournals.org/content/28/3/498)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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