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환자, 전극 이식수술 하루 만에 걸었다 (연구)

[사진=유튜브 채널 뉴사이언티스트 영상 캡처]
척추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던 사람들이 척수에 전기적 자극을 주는 전극이식 수술을 받고 하루만에 러닝머신에서 뛸 수 있게 됐다는 뉴스가 발표됐다. 7일(현지시간)《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스위스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2017년 오토바이 사고로 척추를 다쳐 보행능력을 잃은 이탈리아인 미셸 로카티(42)는 스위스 로잔대의 조슬린 블로흐 교수와 스위스연방공대 그레구아르 쿠르틴 교수 공동 연구진의 STIMO(STImulation Movement Overground) 프로젝트에 지원한 3명 중 1명이다. STIMO 프로젝트는 뇌가 척수를 활성화시키는 원리를 적용해 훼손된 척수에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척추마비 환자들의 보행 회복을 돕는 30년 된 의학 프로젝트다.

연구진은 지난해 29세에서 41세 사이의 지원자 3명에게 수술을 실시했다. 이들은 모두 후천적 이유로 척추 아래가 완전히 마비된 환자들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의 척추와 척수막 사이의 경막외 공간에 16개의 전자 장치를 이식했다. 그리고 테블릿 PC를 통해 복부 피부 아래에 심어진 심박조율기에 전류를 공급해 이들 전자 장치가 참가자들의 근육이 활성화되도록 전기 자극을 주도록 했다.

다른 연구들은 수술 직후 유사한 장치를 이식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수술 하루 만에 모든 참가자들이 독립적으로 트레드밀 위에서 보행이 가능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블로흐 교수는 “환자들이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에 매우 감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로카티는 이번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바퀴가 달린 보행기에 의지해 일어나고 걷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는 “나는 자유다. 바에 서서 친구들과 술을 마실 수 있고, 의자 없이 서서 샤워를 할 수 있고 심지어 동네 산책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루이빌대의 이전 연구는 척추가 완전히 마비된 사람들의 척수에 전기 자극을 가함으로써 몇 달간의 재활을 통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STIMO 임상시험에서는 수술 후 일주일 안에 세 명의 참가자 모두 평행봉과 머리 위 안전띠의 체중 지지대를 사용하여 혼자서 걸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쿠르틴 교수는 “처음으로 훈련은 중요하지만 아무런 감각이나 움직임도 없는 사람들이 실험실로부터 독립해 완전히 서고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듀크대의 난단 래드 교수(신경외과)는 “이 흥미로운 연구는 척수 손상을 입은 수만 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이 분야 임상시험을 주도하고 있는 래드 교수는 이번 연구 참여자가 아니다.

스위스 연구진은 전극 배열을 최적으로 배치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펄스를 전달한 후 근육 활동을 측정하기 위해 수술 중에 테스트를 실행했다. 래드 박사는 전극의 정확한 신경외과적 배치는 이 연구가 다리에 필요한 근육 그룹을 빠르게 자극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STIMO 임상시험은 또한 움직임을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자극을 시작하기 위해, 이전의 연구들은 참가자들의 움직이려는 의도와 그에 따른 뇌 신호에 의존해왔다. STIMO는 전기 충격에 대한 운동 반응을 이용해 시간순서의 자극을 준다. 이러한 미리 설정된 시퀀스는 움직임을 유발하고 걷기에 필요한 근육 활성화의 자연스러운 패턴을 모방한 것이다.

루이빌 연구를 이끈 수전 하케마 신경외과 교수는 두 가지 유형의 자극이 인간의 척추 회로를 통해 움직임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아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하지만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는 아직 단정할 순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STIMO 기기를 이식한 사람은 자극을 받는 동안에만 자발적 다리 움직임이 가능하다. 기기가 꺼진 상태에서는 자발적인 이동이 불가능하다. 전극은 평생 제자리에 있을 수 있지만 심박조율기는 9년마다 교체돼야 한다.

그렇지만 훈련을 통해 환자들은 더 큰 지구력을 기를 수 있고 더 넓은 범위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수술 후 연구 참가자들은 일주일에 4번 1, 2시간의 물리치료를 받았다. 서너 달간 꾸준한 훈련으로 참가자 1명은 한 번에 두 시간씩 서 있을 수 있었다. 또 다른 1명은 500m를 혼자서 걸을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다시 계단을 오르기도 했다.

연구에 사용된 태블릿에는 서 있기, 걷기, 수영을 포함한 특정 유형의 활동에 대해 코딩된 특정 프로그램이 입력돼 있다. 블로흐 교수는 “훈련할수록 더 많은 성과를 거두기 때문에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제 이 기기를 휴대전화나 스마트 워치와 연계할 기술 개발을 위해 ‘하워드 메디컬(Howward Medical)’사와 손을 잡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주 이 기기의 임상시험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혁신적 기기’로 지정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일반 환자들에게 상용화되기까지 3,4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1-01663-5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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