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야, 반갑다”.. 저출산 여파 눈앞

[김용의 헬스앤]

경기도 성남의 한 빌라 엘리베이터에 게시된 글. [사진=뉴스1]

최근 한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 안에 붙은 손 편지가 화제가 됐다. “아이가 태어났어요” 소식을 알리면서, 울음소리가 시끄러워도 양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웃들은 잇따라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OO호입니다. 저희 집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OO이에요. 아이도, 저희도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늦은 밤 아이가 울 수도 있어요. 주무시는 시간에 아이가 많이 울더라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달래볼게요. 감사합니다.”

경기도 성남의 한 빌라 엘리베이터 안에 붙은 손 편지를 보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이웃들은 축하 인사와 함께 ‘반갑다’는 의미로 두 팔 벌린 그림까지 그렸다. 치킨 그림과 같이 “배달 기사도 축하드려요” 라는 유쾌한 메시지도 있었다. 식구가 늘었으니 치킨을 자주 시키라는 의미일까?

요즘 아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반갑다는 말을 한다. 농촌은 아기 울음소리가 몇 년째 끊긴 곳이 많다. 도시도 아기 얼굴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초등학교가 갈수록 줄고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의료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복잡한 정책을 몰라도 “이러다 우리사회가 어떻게 되지…” 걱정할 정도다. 모두 이심전심으로 저출산을 걱정하고 있다. 저출산은 사회 전반의 고령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일할 수 있는 세대가 줄어들고, 연금 생활자는 늘어나는 인구구조가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3일 다소 충격적인 정부의 자료가 나왔다. 먼 미래가 아니라 눈앞에 다가온 저출산·고령화 여파를 분석한 것이다. 8년 후에 경제 주축인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약 320만 명 감소한다는 전망이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2020~2030년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증가폭이 이전 10년 전에 비해 66.2%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는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서 2030년까지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는 134만여 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0∼2020년 396만여 명에 비해 무려 66.2% 급감한 수치다. 이전부터 생산가능인구 증가폭은 10년 단위로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이미 2010∼2020년 396만 명 증가에 그쳐 2000∼2010년 463만에 비해 14.5% 줄었다. 지난 20년간 해마다 생산가능인구가 40만 명 이상 늘었지만, 앞으로는 13만 명 가량만 증가한다는 것이다. 일할 사람이 갈수록 크게 부족해진다는 의미다.

청년층의 비중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장년층 이상 비중은 크게 높아진다. 2030년에 청년층은 2020년 대비 5.2%포인트 줄어 전체 인구의 14.7%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50세 이상 인구는 무려 55.0%를 차지하게 된다. 2020년에 비해 9.2%포인트나 늘어난다는 것이다.

현재 20~30대의 미래 부담은 더욱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예로 보자. 파국을 막으려면 ‘많이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개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엄청나게 늘어난 연금 수급자들을 쪼그라든 젊은 세대들이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들은 앞으로 월급에서 떼어가는 각종 명목에 암담해 할 것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보다 잘 살지 못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아이를 안 낳고, 가장 늦게 첫째 아이를 가지는 나라다. 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인 저출산 국가로 굳어진 느낌이다. 나라의 위기는 저출산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저출산·고령화의 엄청난 후폭풍을 체감하지 못한다.

떠들썩한 대통령선거 캠페인에서도 저출산 얘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으니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다. 미래 세대의 행복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년 40조원이 넘는 저출산 예산이 책정되지만, 아기 울음소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아기가 태어났어요” 소식에 온 동네 주민이 반기는 깊은 뜻을 알아야 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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