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미소에 가려진 미스 USA·변호사의 ‘우울’은?

[사진= 고 체슬리 크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흑인 미스 USA, 변호사, 모델, 방송인…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삶았던 체슬리 크리스트(30)는 좌절, 절망과는 거리가 먼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31일 이른 아침 뉴욕 맨해튼 한복판 60층 건물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크리스트의 삶은 인종차별과 유리천장 뚫기의 연속이었다. 2019년 5월 미스 USA 선발대회에서 흑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우승한 그는 MBA(경영학석사)와 JD(법학전문석사) 학위를 받았고  변호사 자격 취득 후 재소자들을 위해 무료 변론을 펼쳤다. 모의재판에서 “다음에는 치마를 입으라”는 터무니없는 반응에 맞서 여성의 복장 자유화에도 앞장섰다.

◆ 화려한 삶 속의 깊은 고립감과 우울감… 왜?

이처럼 ‘완벽했던’ 그의 삶 속에는 깊은 ‘우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SNS에 “오늘이 당신에게 휴식과 평온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는 마지막 글을 썼다. 그리고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남기고 싶다”는 유서를 남겼다.

크리스트는 어머니는 물론 자신조차 속일 만큼 ‘고기능성 우울증(high-functioning depression)’을 앓고 있었다. 어머니 에이프릴 심프킨스(54)는 3일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딸은 사망 직전까지 가장 가까운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우울증을 숨겼다. 이렇게 깊은 고통을 겪은 적이 없다. 다시 만날 때까지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기능성 우울증은 겉으로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극도의 우울증을 겪는 증상을 말한다. 주로 ‘완벽주의자’에게 많이 생길 수 있다. 인간관계, 사회 활동 모두 원만해 우울감을 전혀 나타내지 않지만, 퇴근해 혼자가 되면 고립감과 심적 고통을 겪는다. 본인이 우울증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더 위험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극단적 선택… 우울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크리스트의 우울증 사망 소식을 전하지만, 한국은  인구 10만 명 당 자살사망률(26.9명)이 OECD 국가 중 1위다. 그만큼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의미다. 극단적 선택은 우울증이 원인인 경우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은 본인의 진정한 의지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봐야 한다.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이 줄어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다.

◆ 반드시 항우울제 복용해야… ‘정신력’으로 이길 수 없다

심한 불면증을 겪고 자다가 자주 깨어 다시 잠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울증 환자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절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는 사람이 우울증을 많이 겪는다.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꾸준히 복용해야 증상이 나아진다. 재발도 잦기 때문에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 가족과 함께 자면서 속 깊은 대화가 도움

가족 중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으면 지나치면 안 된다. 증상을 잘 살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권하고, 증세가 심하면 혼자서 자지 않게 해야 한다. 자다가 깨어 새벽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힘들더라도 가족과 함께 자면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게 도움이 된다. 우울증이 있으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등 업무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우울증은 이제 숨길 필요가 없다. 증상이 심하면 직장을 휴직하고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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