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기적에 감사하지 않고 매사 분노하는가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508호 (2022-01-24일자)

토요일 열반… 틱낫한 스님의 명언들

○기적은 희박한 공기 속이나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일이다. 발로 대지에 입맞춤하듯 걸어라.
○나에게 1은 누군가에게 100이다. 그 1을 귀하게 여겨라.
○사람들은 고통을 떨쳐버리려 몸부림친다. 그러나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익숙한 고통을 택한다.
○행복은 다양한 방법으로 찾아오고 여러 모습을 띤다. 네모라는 행복을 꿈꾸는 사람은 지금 곁에 다가온 둥근 행복의 미소를 볼 수 없다. 삶에 힘을 내고 싶다면 우선 자신의 발밑에 있는 행복부터 잡아야 한다.
○몸을 건강히 유지하는 것은 나무와 구름을 비롯한 우주의 모든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때로 기쁨이 미소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소가 기쁨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마음은 수천 개의 채널이 있는 텔레비전과 같다. 우리가 선택하는 채널대로 순간순간의 우리가 존재한다. 분노를 켜면 우리 자신이 분노가 되고, 평화와 기쁨을 켜면 우리 자신이 평화와 기쁨이 된다.
○당신이 쉽게 화를 잘 낸다면 당신 안에 있는 분노의 씨앗에 여러 해에 걸쳐 자주 물을 주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당신이 분노의 씨앗에 물주는 것을 허용하거나 심지어는 부추기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당신을 화나게 한 상대방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계속 그와 입씨름을 한다면, 그것은 마치 불이 붙은 집을 내버려 두고 방화범을 잡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살아있으면서 살아있음의 기적에 대해 느끼려고 하지 않는다.

주말, 가슴에 툭, 돌 하나가 날아왔습니다. 베트남의 고승 틱낫한 스님이 고향인 베트남 중부도시 후에의 뚜 히에우 사(寺)에서 열반했다는 외신이었습니다.

틱낫한은 법명이 ‘석일행(釋一行)’으로 국립국어원의 베트남 표기로는 ‘틱녓하인’인데 우리나라에선 책이 발간될 때 영어표기에 따라 틱낫한으로 소개됐고 이가 굳어졌지요.

그는 고위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세속에서 편히 살 수도 있었지만, 16세 때 진리를 찾아서 임제종 불교로 출가했습니다. 베트남에서 불교개혁 운동을 펼쳤고, 국제적으로 평화와 비폭력, 반전의 목소리를 내다가 남북 베트남 정부 모두에게서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혔습니다.

틱낫한은 베트남전이 끝나고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처럼 제3국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프랑스로 망명합니다. 처음엔 명상과 평화을 알리고 베트남 보트피플을 돕는 활동을 하다가,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의 소속팀이 있는, 와인 명산지 보르도에 ‘플럼 빌리지’를 설립하고 세계적으로 명상 공동체 활동을 펼칩니다.

그는 달라이 라마, 마르틴 루터 킹 목사 등과 ‘영적 친구’로 교우했고, 킹 목사는 틱낫한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선 ‘베트남 반전주의자’라는 굴레 탓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가 2002년 저서 《화》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뒤늦게 이전의 책이 우수수 출간되며 ‘세계적 승려’로 떠올랐고요. 우리나라에서 《화》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화, 분노가 곳곳에 응어러져 있거나 터지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요?

뉴욕타임스는 부음 기사를 ‘“사람들은 열반에 들어가는 것을 얘기하지만 열반은 이미 와 있다”고 말했던 불교 승려가 토요일 세상을 떠났다(“People talk about entering nirvana, but we are already there,” said the Buddhist monk, who died on Saturday)’는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틱낫한의 명언을 가슴에 담아 보세요. 자신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으로 화를 누그러뜨리며 한 주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요? 거울이나 누군가의 눈부처로 비친 소중한 자신에게 웃음의 꽃 한 송이 바치면서….


[오늘의 음악]

오늘은 불교와 관계 있는 음악 두 곡 준비했습니다. 김영동의 ‘산행’을 가야금 박혜윤, 기타 김완수의 협연으로 듣겠습니다. 김영동이 법정 스님이 암자로 되돌아가는 뒷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이라죠? EBS ‘스페이스 공감’의 공연 영상입니다. ‘열반’이란 뜻의 록 밴드 Nirvana의 멋진 노래 ‘Smells Like Teen Spirit’ 이어집니다.

  • 산행 – 김영동 [듣기]
  • Smells Like Teen Spirit – 너바나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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