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돼지심장이식…돼지 간, 폐도 성공할까?

(왼쪽)돼지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데이비드 베냇 [사진=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
지난 7일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돼지로부터 심장 이식을 받은 데이비드 베넷(57)은 수술받고 일주일 넘게 건강한 상태다. 이번 심장이식은 지난해 9월 뉴욕대 랑곤의대 의료진이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2명의 뇌사자에게 이식에 성공하고 3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당시 이식된 신장들은 거부반응이 없었고, 법적으로 사망한 수혜자들이 인공호흡기로 숨 쉬는 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했다.

돼지의 심장판막이나 피부 같은 조직의 일부 이식은 일반화됐지만 돼지 장기가 살아있는 사람에게 이식된 것 자체가 드문 일이며 일주일 이상 생존한 경우는 더욱 드물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14일(현지시간), 그런 점에서 이번 이식수술은 이종이식 연구자들에겐 오랜 세월 기다려왔던 돌파구를 제공한 동시에 새로운 윤리적, 기술적 문제도 던져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콜롬비아대 외과의이자 면역학자인 메건 사이크스 교수는 “이런 이식수술을 시험해볼 수 있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 자체에 흥분을 느낀다”면서 “이번 수술을 통해 배우게 될 것이 너무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수십 년간 이종 장기 이식 수술은 인간이 아니라 영장류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이식 외과의사인 데이비드 쿠퍼 박사도 “4명의 환자에게서 40마리의 원숭이로부터 배울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 이식은 최근 몇 년간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등장으로 상당한 발전이 이뤄졌다. 이 기술로 인해 인간의 면역 체계에 의해 공격받을 가능성이 적도록 돼지 장기의 유전자 변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심장 이식 수술에 사용된 심장을 제공한 돼지에게는 10가지 유전자 변형이 이뤄졌다. 인체 면역계의 공격을 촉발하는 돼지 유전자 3개가 제거됐고, 인체가 돼지 장기를 수용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인간 유전자 6개가 추가됐다. 마지막으로 400kg까지 나가는 돼지의 장기가 인간 체형에 맞도록 성장호르몬에 반응하지 않는 유전자 조작이 더해졌다.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교수와 더불어 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 이종이식 프로그램을 이끄는 무하마드 모히우딘 교수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자세는 강경했다. 개코원숭이 10마리에 대한 돼지 심장 이식이 성공해야 사람에 대한 이식수술을 허가해 줄 수 있다는 것(모히우딘 교수는 2015년 돼지 심장의 개코원숭이 이식에 최초 성공한 바 있다). 베넷의 등장이 반전을 가져왔다. 베넷은 거의 두 달간 기계식 심장 펌프로 간신히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던 데다 과거 의사의 치료지시를 따르지 않은 전력이 있어 기증자의 심장이식을 받을 자격도 안됐다. 베넷이 과거 폭행전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으나 도박에 가까운 시험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실험용 모르모트’나 다름없다는 점도 감안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호주 시드니대의 제레미 채프먼 전 교수는 베넷의 수술이 최종 성공하고 더 많은 팀이 비슷한 수술을 시도하려 할 경우 돼지 장기 이식 자격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기증을 받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천만의 실험적 수술을 받게 할 수는 없다며 어떤 경우에 이종 이식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윤리적 기준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전자 조작 돼지의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기술적 문제도 있다. 베넷에게 이식된 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위치한 재생의학 회사 ‘리바이빅터(Revivicor)’ 1개사밖에 없다. 미국 제약업체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의 계열사인 리바이빅터는 앨래배마주 버밍엄 근처에서 이들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리바이빅터의 데이비드 아야레스 최고 경영자(CEO)는 “버지니아주에 더 큰 시설을 짓고 있는데 이 시설이 완공되면 매년 수백 개의 장기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와 유나티드 테라퓨틱스는 이들 돼지 한 마리를 키우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에 대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이식수술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비용문제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소리다.

이런 10개의 유전자 변형은 각각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조정 내지 수정이 불가피하다. 에를 들어 쿠퍼 교수는 돼지 신장을 받은 개코원숭이의 성장호르몬 변형이 소변 전달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모히우딘 교수에 따르면 개코원숭이에게 한번 이식수술을 할 때마다 50만 달러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10가지 조합을 시험하는 것은 수백만 달러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베넷에 대한 급작스러운 이식수술로 이런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효과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돼지 장기 이식에는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간 이식의 경우는 대기자 명단이 짧기 때문에 돼지 간 이식이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돼지 폐는 연약해 영장류에게 이식하기 까다롭기에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사이크스 교수는 말했다.

쿠퍼 교수와 채프먼 교수를 비롯한 대부분 연구자들은 개코원숭이 같은 영장류 보다는 인간에게 이식했을 때의 반응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장류는 사람이 가지지 못한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 심장과 돼지 심장의 생리학 연구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돼지 심장의 박동이 인간의 심장 박동과 같은 속도로 뛰는지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장기 이식을 위한 유전자 변형 돼지를 공급하는 업체는 리바이빅터 하나지만 그 비슷한 기업들은 있다. 미국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이제네시스(eGenesis)는 모든 돼지 게놈에 존재하는 레트로바이러스를 물려주지 않을 돼지를 만들고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엔제노(NZeno)는 성장호르몬 변형 없이 신장이 사람 크기로 유지되는 미니어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이밖에 더 많은 기업들이 유전자 변형돼지를 키우고 있을 수 있지만 민감한 내용이라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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