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독신·이혼남, 염증 많고 면역기능 뚝↓(연구)

중년의 독신·이혼남, 염증 많고 면역기능 뚝↓(연구)
40~60대 중년 남성의 고독은 전신 염증을 부르는 독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 탓일까? 아니면 무절제한 삶이나 운동, 영양 부족 때문일까?

중년 남성이 수년간 혼자 살거나 이혼 등 잇따른 이별을 겪을 경우, 온몸에 염증이 훨씬 더 많이 생기고 면역 기능도 뚝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년 간의 독신 생활, 헌신적인 관계(부부 또는 연인 관계)의 잇따른 파탄은 남성 핏속의 염증 표지자(마커) 수치 상승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신의 낮은 등급 염증(systemic low grade inflammation)’으로 분류될지라도 염증은 지속적이고, 노화와 관련된 질병·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이혼, 이별 등 헌신적인 관계의 파탄에는 종종 오랜 기간의 독신 생활이 뒤따른다. 이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악화, 면역력 저하 및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종전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한 차례의 파트너 관계 파탄을 중시하고, 이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연구팀은 중년의 면역체계 반응에 파트너 관계 파탄의 누적 횟수 또는 독신 생활의 햇수(연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성별 및 교육 수준도 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알고 싶었다.

연구팀은 덴마크의 48~62세 참가자(남성 3170명, 여성 1442명)가 ‘코펜하겐 노화·중년 바이오뱅크(CAMB)’에 제출한 정보를 활용했다.

또 1986~2011년 참가자 4635명(남성 3170명, 여성 1442명)이 보고한 파트너 사망 등 파트너 관계 파탄의 누적 횟수에 대한 정보, 참가자 4835명(남성 3336명, 여성 1499명)이 보고한 독신 생활의 햇수에 대한 정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독신 생활의 햇수를 1년 미만(매우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참조그룹으로 정의함), 2~6년, 7년 이상 등으로 분류했다.

또한 면역체계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에 대한 각종 정보를 입수했다. 이 정보에는 나이, 교육 수준, 어린 시절의 주요 인생 사건(부모를 여읨, 돈 걱정, 가족 갈등, 위탁 양육), 몸무게(BMI, 체질량지수), 장기적인 질병, 염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스타틴, 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면역억제제), 최근의 염증, 성격특성 점수(신경증, 친화성, 성실성) 등이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혈액 검체에서 염증 표지자인 인터루킨 6(IL-6)과 C-반응성 단백질(CRP)을 측정했다.

참가자의 약 50%는 파트너 관계의 파탄을 겪었고, 이와 비슷한 비율이 1년 이상 혼자 살았다(여성의 54%, 남성의 49%).

참가자 5명 중 1명은 10년 이하의 교육을 받았고, 10명 중 6명은 장기적인 질병을 앓고 있었다. 약 50%가 어린 시절의 주요 인생 사건을 겪었고, 여성의 약 50%와 남성의 약 3분의 2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트너 관계의 파탄을 가장 많이 겪은 사람들이 가장 높은 염증 표지자 수치를 보였다. 그들은 참조 그룹보다 염증 표지자의 수치가 17% 더 높았다. 또 이와 비슷하게, 독신 생활을 가장 오래 한 그룹(7년 이상)에서 염증 표지자 수치가 최대 12% 더 높았다.

또한 고학력에 2~6년 동안 독신 생활을 한 남성이 가장 높은 수치의 C-반응성 단백질을, 7년 이상 독신 생활을 한 남성이 가장 높은 수치의 인터루킨 6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남성의 경우에만 관찰됐고, 여성들 사이에선 이런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 분석에 의하면 파트너 관계가 깨진 뒤 남성은 자신의 행동을 음주로 외부화하는 데 비해, 여성은 우울증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은 염증 수치에 달리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은 여성 참가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점 때문에도 이런 불일치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한계점은 관찰 연구여서 원인을 정확히 밝힐 수 없다는 데 있다. 또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이 54세여서 염증성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의 완전한 결과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을 수 있다.

연구팀은 “남성은 같은 또래의 여성보다 더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면역 기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암,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 등 연령과 관련이 있는 질병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전신의 낮은 등급 염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몇 년에 걸친 독신 생활과 몇 차례 이혼(또는 파트너와의 이별)의 조합은 염증 표지자인 CRP 수치와 IL-6 수치에 모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수년 간 혼자 사는 삶과 수차례의 이혼 또는 이별이 겹치면 온몸에 염증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날로 늘고 있는 1인 가구에 경종을 울린다.

이 연구 결과는 ≪역학·지역사회 건강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 Community Health)≫ 온라인판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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