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유전자변형 돼지 심장, 사람에게 이식 성공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볼티모어에서 57세의 남성이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돼지로부터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식 수술에 필요한 장기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사건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수술을 집도한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진은 “환자가 심장이식을 받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위독한 상태였기에 도박을 벌인 것”이라며 “수술 후 최초 48시간은 아무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후 장기이식 거부반응이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하는는 뉴욕타임스(NYT)10일(이하 현지시간) 이에 대해 보도한 내용이다.

 메릴랜드대 의대는 지난 7 심각한 심장병을 앓고 있던 데이비드 베넷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에서 심장을 이식했으며 현재 정상적으로 심장이 작동하고 있다고 10일 발표했다. 집도의인 바틀리 그리피스 메디컬센터 심장이식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며 “감격스럽지만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인체에서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 돼지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유전자 편집과 복제 기술이 개발된 지난 10년 동안 연구가 가속화됐다. 이번 심장이식은 지난해 9월 뉴욕대 랑곤의대 의료진이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에 성공하고 3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의료진은 신장 및 기타 장기를 기다리는 5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장기 조달 노력을 조정하는 비영리단체인 ‘장기 공유 연합 네트워크(UNO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 41354명이 장기 기증을 받았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신장이었다. 그럼에도 장기 부족으로 UNOS 목록에 이름을 올린 사람 중 약 12명이 매일 죽고 있다. 지난해 심장을 기증받은 미국인은 3817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향후로도 이식될 심장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UNOS의 최고 의료 책임자이자 이식 담당 의사인 데이비드 클라센 박사는 “장기 부전을 치료하는 방법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이끌 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이식수술은) 그 분수령이 될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잘 맞는 기증자 신장을 이식해도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유전자변형 돼지의 장기이식수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며 단정적 보도를 삼가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이런 사건들은 언론에서 크게 부풀려 보도할 수 있다“며 ”이러한 치료법이 완성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이식환자 베넷은 10년 전 돼지판막 이식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수술을 앞둔 시점에선 이식할 심장이 없었고 할 수 있는 치료법이 다 소진된 상황이어서 최후의 도박으로 돼지 심장 이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가족과 의료진은 밝혔다. 수술 당시 그는 심장폐 우회장치와 연결돼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죽거나 혹은 이식하거나”의 상황이었다는 것.

 베넷의 주치의는 중요한 첫 48시간이 무사히 지나가고 새 심장은 이미 제 기능을 하고 있어 12일 우회장치를 떼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거부 증상은 향후 언제든 나타날 수 있으며 돼지 레트로바이러스처럼 인간에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영증상이 있는지도 면밀히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장기나 조직을 이식하거나 이식하는 과정인 이종 이식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동물의 피와 피부를 사용하려는 노력은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에 침팬지 신장이 인간 환자에게 이식됐지만 수령자의 생존기간이 가장 긴 것이 9개월이었다. 1983년 개코원숭이의 심장이 ‘베이비 페이’로 알려진 여자아기에게 이식된 적이 있었지만 20일 만에 숨졌다.

 돼지는 영장류보다 장기이식에 유리하다. 6개월 안에 성인 인간에게 필요한 크기의 장기를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돼지 심장판막의 이식은 일상화됐으며 돼지 췌장 세포를 이식하는 당뇨병 환자도 있다. 돼지 피부는 화상환자를 위한 임시이식물로 이용되고 있다.

 유전자 편집과 복제라는 두 가지 새로운 기술은 인간에 의해 거부당할 가능성이 적은 유전자 변형 돼지 장기를 만들어냈다. 2015년 메릴랜드 의대 무하마드 모히우딘 외과 교수는 돼지 심장을 개코원숭이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으며 해당 개코원숭이는 3년 이상 생존했다. 모히우딘 교수는 그리피스 교수와 함께 이종 심장이식수술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장기이식센터의 제이 피시맨 부센터장은 돼지장기를 사용할 경우 3가지 이점이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조작을 할 수 있는 능력, 전염병에 대한 더 나은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환자가 필요로 하는 시점에 새로운 장기 제공이다.

 베넷에게 이식된 심장은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위치한 재생의학 회사 리바이빅터(Revivicor)’가 키운 유전자 변형 돼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 돼지는 10개의 유전자 변형이 가해졌다. 인간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분자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포함하여 4개의 유전자가 제거되거나 비활성화됐다. 이식된 이후 심장이 계속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성장 유전자도 비활성화됐다. 또 인간 유전자 6개가 이 돼지의 게놈에 삽입돼 장기이식의 부작용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그리피스와 모히우딘 교수가 그 연구의 많은 부분을 수행했다. 이번 수술에는 인간 면역체계를 억제하고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모히우딘 교수가 키닉사(Kiniksa) 제약과 손잡고 개발한 신약도 사용됐다. 역시 새로 개발된 기계관류장치를 통해 수술 전까지 돼지 심장을 보존하도록 개발된 약물이다. 미국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메릴랜드대 의료진과 집중적 협의 끝에 극적으로 새해 전날 이번 수술을 인가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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