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속일까?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살면서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은 자신도 모르게, 혹은 알면서도 수없이 일어난다. 유리한 대로 자신을 속이는 ‘자기기만(Self Deception)’이다. 자기기만은 사실과 다르거나 진실이 아닌 것을 합리화하면서 사실로서 받아들이고 정당화하는 현상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최근 이 자기기만이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사람들이 자기기만을 하는 데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독일 보훔 루르대와 벨기에 안트베르펜대 연구팀이 분석한 내용이 학술지 ‘심리철학(Philosophical Psychology)’에 게재됐다.

보훔 루르대 제 2 철학연구소의 알버트 뉴웬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속이며, 꽤 자주 그런 행동을 한다”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어떤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좋은 학생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형편없는 성적을 받아왔다. 이럴 때 이 아버지는 해당 과목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거나 교사가 내용을 잘 설명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먼저 할 수 있다. 네 가지 자기기만 전략 중 하나로, 연구진은 이를 신념의 재구성(reorganisation of beliefs)이라고 칭했다.

나머지 세 가지는 불편한 사실이 애초에 자신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훨씬 이전에 작동하는 전략들로, 첫 번째 전략보다 더 자주 사용된다.

이 중 하나는 목적을 가진 행동을 통해 사실을 선택하는 것이다. 즉, 부모-교사 상담과 같이 문제가 되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는 장소나 사람을 회피하는 것이다. 또 다른 전략으로는 출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여 사실을 거부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학업 문제에 대해 간접적으로만 듣고 직접 성적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부모는 문제 상황을 무시할 수 있다.

마지막 전략은 모호한 상황에서 사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프란체스코 마르키 박사는 이에 대해 자세한 예를 들어 설명했다. 아이가 학업에서 잘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교사가 친절하고 부드럽게 내비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아이의 학업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 대해 부모가 좀 더 명확한 설명을 듣길 기대했다면, 부모는 교사의 친절과 부드러운 설명을 아이의 학업 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 모든 전략은 전형적인 심리학적 사고 성향이다. 단기적으로 자기기만은 불합리하지도, 사람들에게 해롭지도 않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된다. 뉴웬 교수는 “이는 악의적인 행동 방식이 아니며,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확립된 관점을 보존하기 위한 인간의 기본적인 인지 장비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변화가 거의 없는 평상시에는 검증된 관점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지적 성향은 행동을 재빠르게 변화시켜야 하는 급진적이고 새로운 도전의 시기에는 치명적이라고 뉴웬 교수는 덧붙였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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