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전엔 잠을 두 번에 나눠 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CNN이 9일(현시시간) 오늘 밤에도 잠 못 드는 당신에게 위로가 될 2가지 뉴스를 보도했다. 첫 번째는 하루 8시간을 몰아서 자는 것이 산업화 이후 현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A.로저 에커치 버니니아공대 교수는 《낮이 끝나면: 과거의 밤》이란 책에서 산업화 이전 유럽과 미국에서는 잠을 두 번에 걸쳐 나눠 잤음을 보여주는 사료를 500개 이상 찾아냈다고 밝혔다. 올해 4월 발간될 이 책의 개정판에선 그 참고 문헌이 12개 언어권에서 2000개까지 증가했다.

에커치 교수가 발견한 ‘2단계 수면’에 대한 최초의 언급은 1697년 영국 법원의 기록이었다. 집 밖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의 9세 된 딸 제인 로스는 어머니가 ‘첫 번째 잠(First sleep)’에서 깨어난 뒤 외출했다고 증언했다. 첫 번째 잠이라니, 그럼 ‘두 번째 잠(Second sleep)’도 있다는 말 아닌가?

그는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화 이전 시대의 일기, 의학 서적, 문학 작품, 기도서를 뒤져 첫 번째 잠과 두 번째 잠 사이에서 몇 시간씩 휴식을 취하면서 먹고, 마시고, 수다 떨고, 기도도 올리고 특히 성관계를 많이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16세기 프랑스 의학 설명서는 “부부가 임신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를 긴 하루가 끝날 때가 아니라 ‘첫 번째 잠 이후’라고 조언했다.

에커치 교수는 이를 토대로 중간 휴식기를 포함하면 인류의 수면시간은 8시간을 훌쩍 넘었는데 19세기 초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중간 휴식기와 두 번째 수면이 사라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산업혁명과 전기 조명의 확산과 함께 잠자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자본주의의 신념이 확산됨에 따라 인류의 수면 패턴이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밤: 어떻게 잠을 길들인 것이 우리의 불안한 세상을 만들었는가》라는 책의 저자인 벤 라이스 미국 에모리대 교수(영문학)도 산업혁명이 “잠은 멍청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태도를 조장해 사람들에게서 충분한 수면을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는 돈을 쫓아가면 나온다. 노동자들이 작업 현장에 동시에 출근해 집중적으로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기에, 또 그런 노동을 일상화하는 것이 돈벌이에 도움이 됐다”며 그 결과가 수면시간의 압축과 통합이었다고 설명했다.

에커치 교수는 산업화 이전의 이런 수면 패턴을 알면 오늘날 수면장애와 불면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효과가 발휘된다고 CNN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밤중에 잠에서 깬 뒤 잠 못 들어 괴로워하는 것이 그들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오랜 수면 패턴을 인위적으로 바꾼 산업화의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반대로 2단계 수면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역사학자들도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지르싯 스테거 교수는 “일본의 수면 습관을 연구한 결과 현재와 별 차이가 없었다”면서 “수면은 문화, 사회, 이념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2단계 수면 같은) 자연 수면 습관이 있었다고 상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벨기에 앤트워프대의 게릿 베르호벤 교수도 18세기 앤트워프의 형사 재판 기록을 조사한 결과 “7시간의 수면이 표준이었고 첫 번째 잠과 두 번째 잠에 대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뉴스는 산업화 이전 시대에도 수면장애와 불면증의 해소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였다는 점이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사샤 핸들리 교수(역사학)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사람들이 ‘잠의 황금기’를 누린 게 아니었다. 1500년~1750년 영국과 아일랜드 그리고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에서도 수면장애와 불면증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그 치유책에 대한 기록이 넘쳐났다.

당시 의학 설명서에는 잠을 얼마나 어떤 자세로 자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이 가득했다. 그중에는 첫 번째 잠을 잘 때는 오른쪽으로 누워 자고 두 번째 잠을 잘 때 왼쪽으로 누워 자라는 내용도 있었다. 오른쪽으로 누워 자면 위장 바닥으로 음식이 내려가 소화가 잘 이뤄지고 그다음 왼쪽으로 누워 자면 시원한 쪽으로 증기를 배출하고 열을 몸 전체에 골고루 퍼트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숙면을 돕기 위한 레시피를 수백 개나 나열한 책자도 있었다. 그중에는 비둘기를 반으로 잘라 머리 양옆에 붙이고 자라는 엽기적 내용부터 카모마일을 달인 물에 목욕하고 라벤더 향을 들이마시라는 익숙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생체신경과학과 러셀 포스터 교수는 실험실에서 실험해 본 결과 수면시간이 현재의 8시간 보다 늘어난다면 2단계 또는 다단계 수면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올해 5월 《인생 시간: 생체 시계의 새로운 과학, 그리고 그것이 수면과 건강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출간할 예정인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수면시간이 더 길어진 사람들 대다수가 한밤중에 깨어나는 것을 경험한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한밤중에 깨더라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지 않는 한 다시 수면에 들 수 있다”면서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침대에서 일어나 불을 약하게 유지한 채 편안한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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