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만 잘하는 남편… 왜 이럴까요?

[윤희경의 마음건강]

중년 여성인 A의 남편은 ‘다정한 사람’으로 주변에 소문이 자자하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배려 깊은 태도와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A씨는 주변에서 그런 남편을 두어 얼마나 좋으냐는 부러움 섞인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A씨는 표정을 관리하기 쉽지 않다. 밖에서의 남편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기 때문이다.

A씨의 남편은 집에서는 세상없이 무뚝뚝한 사람이다. 말을 섞기도, 감정적으로 교류하기도 쉽지 않다. 밖에서 하는 만큼만 집에서 해보라고 불평을 해봐도 남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본인은 다를 것이 없다는 태도다. 물론 결혼 전 A가 봐왔던 남편의 모습은 지금 가정 내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금 남들이 보는 것과 똑같이 A도 남편을 다정하고 배려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은 예전에 자신이 알던 모습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A씨는 과연 내가 남편을 제대로 알고 결혼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과연 A씨의 남편은 왜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 그가 보이는 이중인격의 원인은 무엇일까?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A씨 남편의 경우 외부와의 관계에서 설정된 자아의 모습과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설정된 자아의 모습이 극명하게 다르다. 즉 너무나도 성격이 다른 자아의 모습들을 외부와 가정에서 분리되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안과 밖에서의 모습이 다르다. 집에서 하는 행동을 그대로 밖에서 한다며 어떨지 상상해보자. 집에서 부리던 투정을 직장에서도 똑같이 부린다면 어떻게 될까? 집에서 가족에게 하던 대로 감정적인 말들을 회사 동료와 상사들에게 그대로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직장생활을 제대로 해내기 힘들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가족 안에서는 가족 구성원으로의 인격을, 조직에서는 조직원으로의 인격을 가지고 생활한다. 인간은 서로 집단생활을 하면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만들어진 사회적 약속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아로 생활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역할을 중심으로 인간관계에서 형성된 자아, 즉 자신의 원형적 근본 모습을 관계를 통해 표출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사회적 자아, 다른 말로 연극에서의 가면을 쓰고 자신의 역할을 하는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인간은 모두 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으로 살기 위해 사람들로부터 호감 받는 사회적 페르소나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남들에게 잘하는 이유도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다. 관계 안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좋고 멋지고 훌륭한 매력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밖에서 더 많은 신경을 쓰고 더 많은 의식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페르소나에만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쏟는 경우다. 예를 들었던 A씨의 남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외부적 관계 속 페르소나에 집중하기만 할 경우에는 스스로의 모습을 잃기가 쉽다. 아마 A씨의 남편은 본인은 외부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할 뿐이지, 본인이 이중인격이거나 위선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감추는 페르소나는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자신과 페르소나의 불일치가 너무나 심할 경우 본인의 욕구와 생각을 제대로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가족관계에서부터 A씨의 남편은 진정한 소통을 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인간관계가 우리의 삶에 끼치는 영향은 무척이나 크다. 외부의 평가와 관계에 매달리기보다는 우선, 내가 하는 행동의 원인들을 찾아보고 본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우선 알아차리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자신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될 때 내가 하는 행동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된다. 나를 이해하고, 내 모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경우 외부에 보이는 내 모습을 꾸미기에 집착하지 않을 수가 있다.
밖으로 보이는 무척이나 다정하고 배려 깊은 내 모습도, 집안에서의 무심한 내 모습도 사실은 모두 내 안에 들어있는 것들이다. 내가 밖에서 하는 행동들의 배경을 따져보고, 동시에 집안에서 하는 행동의 원인들을 파악해보면 ‘진정한 나’에 대해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런 훈련을 이어갈 경우 상황에 따른 페르소나와 진짜 자아 사이에서 지나치게 멀어진 거리를 좁힐 수 있으며, 외부가 아닌 내가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삶을 일구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마음을 알 때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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