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진료’ 불만..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의료기관 이용자의 대표적인 불만 중 하나가 ‘3분 진료’다.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일수록 두드러진다. 진료시간 안내를 보면 대기환자 명단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진료실에 들어가도 시간에 쫓기는 듯한 의사의 표정에 질문할 엄두를 못 낸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얘기를 들어주는 의사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호 이해·공감을 통해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라포’는 교과서에만 나오는 얘기다.

의사도 할 말이 많다. 병원 경영진이 진료 시간이 긴 의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환자와 병원장 사이에서 마음고생을 한다. 3분이든, 30분이든 진료비는 같다. 병원도 돈을 벌어야 의료진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최신 의료장비를 구입할 수 있다. 의료수가·수익구조를 바꿔야 10분, 20분 진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모든 환자를 15분 진료하게 되면 전체 환자를 10분의 1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병원이 막대한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첫 진료 환자는 더욱 시간이 필요하다. 의사는  환자의 생활습관·가족력·심리적인 측면도 파악하는 심층진료를 해야 한다. 10분 진료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환자의 얘기를 들어주고 병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야 한다. 환자가 자기 얘기를 안 들어준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만이 생기고 ‘병원 쇼핑’으로 이어질 수 있다.

‘3분 진료’의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환자가 ‘큰 병원’으로 몰리는 것이 가장 크다. 1차 의료기관(동네병원)과 3차 의료기관(대형병원) 사이에서 2차 의료기관(중소병원)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의료법에 따르면 2차 의료기관은 30인 이상의 병상 수를 보유한 병원·종합병원이다. 3차 의료 기관은 모든 진료 과목의 전문의를 보유한 500병상 이상 급의 상급종합병원 등을 말한다.

중소병원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도입되면서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더욱 몰리고 있다. 중소병원의 경영난이 심화되니 우수한 의료진을 유치할 수 없고, 환자는 ‘명의’가 있는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학병원의 지역 분원설립까지 늘고 있어 중소병원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중소병원은 지역 주민의 건강을 살피고 의료공백을 줄이는 등 지역사회 의료에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5년 간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 통계를 보면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 폐업률은 3%대이지만, 중소병원의 폐업률은 7%대에 근접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중소병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간호인력 수급 문제 개선, 대학병원 분원설립 제한, 중소병원 토요 가산제 확대 등 중소병원의 숨통을 터주는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형병원 의사는 반나절에 100여 명의 환자를 보느라 3분 진료가 예사다. 그러면서  대형병원 경영진은 수도권 위주로 병상을 계속 늘리고 있다. 지역 중소병원은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지역 쏠림 문제가 커지고 있다. 진정한 ‘환자 중심’ 의료를 실천하려면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의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되돌아 봐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의료기관 간의 상생이 중요하다.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진단·수술을 받은 환자가 집 근처 지역병원에서 후속 치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집 부근 중소병원에 입원해 몸 관리를 하는 방안도 있다. 이를 위해 1~3차 의료기관 간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중소병원은 어렵다는 호소만 할 게 아니라 전문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환자를 잘 본다’는 얘기가 나오면 대학병원으로 갈 환자가 다시 올 수 있다. 1차, 2차 의료기관의 경쟁력이 확보되면 대형병원의 3분 진료는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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