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새 치료법 시행

가장 위험한 뇌동맥류(WNBA)의 치료용 영구 임플란트 장치 ‘세러스 컨투어'[사진= 세러스 엔도바스큘라社 홈페이지]

 

신경외과 의사들도 수술 또는 시술을 할 때 바짝 긴장하는 가장 위험한 뇌동맥류 중 하나가 바로 ‘넓은 경부를 가진 분기부 뇌동맥류(WNBA)’다.

이처럼 수술도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 자체가 불가능한 뇌동맥류인 WNBA의 치료에 쓰는 새로운 영구 임플란트 장치 ‘세러스 컨투어(Cerus Contour)’가 최근 미국에서 적극 시도되고 있다.

미국 스토니브룩대 의대 신경외과 뇌졸중센터 데이비드 피오렐라 박사팀은 WNBA 환자를 위해 개발된 임플란트 장치인 ‘세러스 컨투어’의 이식 시술을 최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에 본사를 둔 세러스 엔도바스큘라(Cerus Endovascular)사의 회장 스티븐 그리핀 박사(재료과학)가 이 장치를 개발했다.

스토니브룩대 의대 연구팀은 고혈압을 기저질환으로 갖고 있는 여자 노인 환자(세 아이의 할머니)가 이 새로운 영구 임플란트 장치를 지난 11월말 이식받고 이미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렇다할 부작용은 없었다.

이 환자는 뚜렷한 증상이 없었으나 고혈압이어서 의사의 권유로 CT혈관조영술을 받았다. 그 결과 가장 위험한 뇌동맥류에 속하는 WNBA가 뇌에 발생한 것으로 진단돼, 뇌 혈관 파열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혈관의 쇠약 때문에 생기는 뇌동맥류는 뇌동맥의 약한 부위에 새로운 공간이 생겨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질병이다. 뇌동맥류는 ‘뇌동맥의 혹’ 또는 ‘뇌동맥 꽈리’라고도 부른다.

뇌동맥류에는 경부(목 부분, neck)와 체부(몸 부분, dome)가 있다. 풍선에 비유하자면 경부는 풍선을 묶는 부분이고, 체부는 풍선의 부풀어오른 부분에 해당한다. 뇌동맥류의 압박을 받아 뇌 혈관이 터지면 뇌졸중의 하나인 뇌출혈이 된다.

국내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뇌동맥류가 파열하면 병원에 오기 전에 약 20%가 숨지고, 병원에서 치료 중 약 30%가 숨진다. 이처럼 치명적이어서 뇌동맥류는 ‘뇌 속의 시한폭탄’으로 통한다.

피오렐라 박사는 “WNBA는 두 갈래 또는 세 갈래로 갈라지며 뇌동맥류 부위의 혈역학적 힘으로 인해 혈관이 팽창해 파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혈역학적 힘은 혈관으로 들어가는 혈액의 흐름과 압력을 뜻한다.

그에 따르면 WNBA는 너무 복잡해 기존 장치로 치료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대안으로 뇌 개방 수술을 고려할 수 있으나 회복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또한 일부의 경우 동맥류가 위험한 부위에 있어 수술을 하기도 힘들다.

전통적인 치료법에는 뇌동맥 색전술이 있다. 동맥류 속에 카테터를 삽입한 뒤 이를 통해 코일(통상 백금 코일)을 넣어 동맥류 속의 혈류를 막는 방법이다.

미국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 보도 내용과 세러스 엔도바스큘라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새로운 영구 임플란트 장치 ‘세러스 컨투어’는 크기가 매우 작고 최소 침습 기술을 이용해 이식된다.

최소 침습 기술이란 수술 등으로 인체에 상처를 입히는 것을 최대한 줄인 기술이다.

또 이 장치는 WNBA 환자용으로 2020년 2월 유럽 CE마크 승인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임상시험용으로 환자 12명에게 이식됐다. 임상시험 참가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다. 연구팀은 원인이 불확실하나 여성에게 WNBA가 많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임플란트 장치는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수 있는 뇌동맥류인 WNBA에 대한 표준치료(Standard Of Care, SOC)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이 장치는 가는 철사 줄기에 핀 ‘작은 꽃’ 모양의 그물망처럼 보이며, 카테터(미세 도관)에 배치돼 대퇴 동맥에서 뇌의 폐쇄 부위로 향한다. 카테터 삽입 실험실에서 시술한다. 이 장치의 ‘작은 꽃’ 부분이 동맥류의 체부에 자리를 잡으면 혈액의 흐름을 차단, 위축시켜 뇌 혈관이 터지는 것을 막아준다.

한편 이 장치에 대한 임상시험은 2019년까지 영국,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유럽 5개국의 임상시험 실시기관 10곳에서 수행됐다. 따라서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이 장치를 이식한 WNBA 환자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오렐라 박사는 이 장치의 미국 내 임상시험에는 적어도 1~2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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