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백신 안 맞은 남성들로 인해 구강인두암이 자궁경부암 발병 앞질러(연구)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가 자궁경부암보다 구강인두암을 더 많이 유발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구인암으로도 불리는 구강인두암은 입안과 식도 사이의 점막에 암세포가 발생하는 병으로 70%이상이 HPV에 의해 발생한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저널 이비인후과(JAMA Otolaryngology)》에 발표된 미국 텍사스대 공중보건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1(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미국 국가 암 통계와 사망 데이터를 토대로 2001~2017년 사이 미국 내 구강인두암 실태를 조사했다. 이 기간 미국에서 26182명의 구강인두암 발병사례가 보고됐다. 그중 80%(209297)을 남성이 차지했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HPV백신을 더 적극적으로 맞은 결과로 보인다.

 연구진은 미국 전역에서 노년 남성들 사이에서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전체 발병률의 65%를 차지하는 남동부와 중서부에선 여성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 기간 미국의 구강인두암 환자는 매년 2.7%씩 증가했다. 특히 백인 남성, 65세 이상 남성, 중서부와 남동부 남성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사우스다코타주, 캔자스주, 아이오와주는 4%이상 급등했다. 여성 발병률도 연평균 2%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남부 루이지애나 여성이 3%로 가장 높았다.

 연구책임자인 아시시 데쉬무크 텍사스대 교수는 “10, 15, 20년 전에는 구강인두암 발병이 젊은이들 사이의 이슈였으나 현재는 청년층과 중년층 사이에선 감소 내지 정체상태인 반면 노년층에서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HPV 감염이 암으로 전이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요즘의 노인발병 증가세는 젊었을 때 감염됐던 것이 뒤늦게 발병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선 매년 2만 명 가까운 사람이 구강인두암에 걸리고 있다는 것. 다행히 청소년기에 HPV 백신 접종을 받으면 90% 이상이 예방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성생활로 인해 HPV 감염되기 전인 11~12세 사이의 소년 소녀에게 백신접종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 백신 예방 접종률은 기대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 2019년까지 대상 인구의 약 55%가 예방접종을 받았다. 데쉬무크 교수는 “접종률이 80%는 돼야 21세기 동안 100만 명에 가까운 구강인두암 환자 발생을 막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서 그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향후 5년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 지역에서 구강인두암 환자가 많은 이유가 예방 접종률이 낮기 때문이라며 “미시시피주의 예방 접종률은 30%대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더스시나이 종합 암연구소의 앨런 호 박사는 “HPV 관련 인후암 발생률이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지르고 있는 것은 여성들의 백신 접종률이 높아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남성의 HPV 예방 접종률을 더 높여야 할 또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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