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착한 암’은 없다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화 ‘기생충’의 배우 박소담(30)이 최근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유두암은 우리나라에서 최근 발생한 갑상선암의 97%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암이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암 세포가 유두 모양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갑상선은 목 앞쪽 아랫부분의 나비 모양으로,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 분비한다.

유두암은 예후(치료 후의 경과)가 갑상선암 중 가장 좋다. 암 세포가 갑상선 주변 임파선으로 번진 경우도 40% 정도인데, 이 역시 조기에 치료하면 대부분 잘 치유된다. 하지만 드물게 폐나 뼈 등 갑상선에서 먼 부위로 전이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갑상선암을 ‘착한 암’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 세상에 ‘착한’ 암은 없다. 암은 암일 뿐이다. 치료가 비교적 쉬운 것도 다른 암과 비교할 때 얘기다. 갑상선암도 치료과정이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다. 치료 후에도 피로감·체력저하가 있을 수 있고 평생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갑상선암 5년 상대생존율은 100.0%이지만, 암이 갑상선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 전이된 경우(원격전이) 60.5%로 뚝 떨어진다.

갑상선암도 늦게 발견할수록 생존율이 떨어진다. 원격전이가 발견된 후 10년 전체 생존율은 약 40%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예후가 나쁘다. 55세 이상이거나 암의 크기가 크면 생존율이 감소한다. 특히 55세 이상의 남자 환자는 조기 발견에 더욱 신경 쓰고 전이 여부를 잘 살펴야 한다(국가암정보센터 자료).

갑상선암도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퍼질 가능성이 항상 있다. 특히 갑상선 분화암은 치료 후 수년 혹은 수십 년 후에도 재발할 수 있다. 평생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갑상선호르몬제 복용과 정기검진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재발도 일찍 발견해야 치료 성적이 좋다.

그렇다면 갑상선암의 원인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갑상선암 환자는 발병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입증된 위험인자는 방사선 노출이다. 방사선으로 인한 갑상선암의 95% 이상이 유두암이다. 노출된 방사선의 양에 비례해 갑상선암의 발병 위험도가 증가한다. 어릴 때 머리나 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갑상선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전적 요인도 있다. 부모가 갑상선 유두암이나 여포암이 있을 때 자녀들의 갑상선암 발생 위험도는 아들이 7.8배, 딸은 2.8배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분화 갑상선암의 약 10%에서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다. 대개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없이 목의 앞부분에 결절(혹)이 있으면 검사를 해야 한다. 결절이 크거나 최근에 갑자기 커진 경우,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경우, 목소리 변화, 결절이 매우 딱딱하게 만져지면 갑상선암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갑상선암 예방법은 있을까? 위험요인은 다양하지만 확실히 입증된 것은 방사선 노출이나 유전적 요인, 이전의 갑상선종·양성 갑상선 결절 정도다. 따라서 어린이는 의사와 상의해 가급적 얼굴과 목 부위에 방사선을 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특히 갑상선 수질암의 유전성이 있을 경우 환자 가족 모두가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를 검사해야 한다. 갑상선암도 방사선 노출 등 이미 알려진 위험요인을 피하고 정기검진 등 자신의 몸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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