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검, MRI 없이 조직 염증·면역 활동 콕 집어내는 혈액검사법 개발

혈액 검사의 정밀도와 진단 범위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생검에 따른 고통을 느끼지 않고 많은 돈을 들여 영상 검사를 하지 않아도, 조직의 면역 및 염증 활동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첨단 혈액 검사법이 이스라엘에서 개발됐다.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 연구팀은 생검 또는 MRI 등 영상 검사를 하지 않고도, 높은 정확도로 조직의 면역 및 염증 활동을 감지할 수 있는 혈액 검사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생검은 칼 또는 바늘로 몸 안의 조직을 떼어내야 하기에 고통스럽다. 또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 단층촬영(PET),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각종 영상 검사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연구팀에 의하면 면역체계는 건강을 유지하고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암세포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면역체계가 약해지면 각종 질병에 걸리거나 각종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다. 또한 면역체계가 과민 반응을 보이면 염증을 일으키거나 자가면역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면역체계 활동의 정확한 모니터링은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현재 면역체계의 건강성을 검사하는 주요 방법은 신체의 면역(백혈구) 세포를 세는 혈액 검사다. 면역세포의 수치가 정상보다 더 높으면, 면역체계가 외부 침입자와 싸우고 있는 상태, 즉 체내 감염 상태라는 뜻일 수 있다.

그러나 혈액 검사는 골수, 림프절 및 기타 기관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신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조직(원격 조직)의 면역체계 활동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 그럴 경우 생검을 하거나 MRI 등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를 항상 잘 감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점을 풀기 위해 멀리 떨어져 있는 조직, 기관의 면역 과정을 원격 감시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두 가지 기본적인 생물학적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죽어가는 세포는 DNA 파편을 혈류로 방출한다는 점, 각 세포 유형의 DNA에는 ‘메틸화’라는 독특한 화학적 패턴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핏속을 돌고 있는 DNA 파편이 어느 조직에서 유래했는지 확인하고 질병 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 예컨대 환자가 유방암으로 투병 중이라면, 유방 세포에서 유래하고 유방 세포의 메틸화 특징을 지닌 DNA 파편(세포 사멸 후 혈류에 쌓임)의 수치가 상승한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된 혈액 검사로 염증 및 면역 관련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메틸화 마커를 통해 인간의 면역세포 역학을 모니터링하고, 표준 혈구수로는 접근할 수 없는 중요한 정보를 얻어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접근할 수 없었던 조직 내 깊숙한 곳의 건강한 또는 병적인 면역 과정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면역세포의 유형과 염증세포의 유형 사이의 특정 DNA 메틸화 패턴을 확인했으며, 이는 면역세포가 죽을 때 혈류에 쌓인 DNA 파편을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면역에서 유래한 DNA 단편은 순환 중인 혈액 세포를 단순 반영하는 게 아니라, 신체에서 일어나는 면역 과정을 정확히 보고해 준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이다.

이 연구 결과(Remote immune processes revealed by immune-derived circulating cell-free DNA)는 ≪이라이프(eLife)≫ 저널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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