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프다’는 감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사진=Liudmila Chernetska/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은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감정만 느끼는 게 아니다. 서로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는 걱정과 스트레스로 얼룩졌던 마음이 순간 편안해지고 행복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불쾌한 경험을 할 때는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는 등 부정적인 감정이 치고 올라오게 된다.

이처럼 보통은 서로 상반된 감정 중 하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지만, 또 상당수의 경우에는 상반된 두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웃기면서도 슬프다는 ‘웃프다’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도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이 같은 방식의 감정을 경험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미국 네바다대가 국제학술지 ≪감정 리뷰(Emotion Review)≫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실제로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을 동시에 경험할 때가 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불시에 소리가 울리도록 설정한 삐삐를 착용하게 하고, 삐삐 소리가 울릴 때마다 자신의 현재 감정 상태에 대해 기록하도록 했다. 그러자 대부분의 경우에는 행복이나 걱정처럼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감정 중 하나를 기록했지만 종종 실험참가자들은 ‘행복하면서도 슬프다’는 식의 상반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기록했다.

동일한 학술지에 최근 게재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연구에서는 경외심과 같은 감정도 상반된 두 감정이 함께 나타나는 사례로 보았다. 경외심은 상대를 공경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는 감정이다.

역경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회복력을 얻게 되는 것 역시 서로 상반된 여러 감정이 뒤섞여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칠레 산티아고대의 연구에 의하면 상반된 두 감정이 혼합돼 나타나면 ‘정신적 웰빙’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이 촉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된 두 감정을 함께 느끼는 빈도가 높은 실험참가자들일수록 자신의 삶을 더 의미 있게 평가했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보다 우수했다는 것.

복합적인 감정은 보다 현명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 이슈와 관련, 이를 확인한 연구 결과가 있다. 싱가포르국립대가 지난 2020년 3월과 4월 싱가포르와 미국 거주자 1419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손 위생에 신경 쓰고 다른 사람과 음식을 공유하지 않는 등 감염 관련 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서 동시에 정신적 웰빙을 잘 유지했다.

긍정적인 감정에만 치중하는 사람은 상황을 낙관하기 때문에 “손 대충 씻어도 돼”와 같은 생각으로 방역수칙에 소홀해질 수 있고, 부정적인 감정에 치중해 상황을 비관하는 사람은 감염병이라는 이슈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전문가 조언조차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혼합된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은 위생수칙과 정신 건강을 동시에 지키는 현명함을 보인다는 것.

즉, 혼합된 감정은 다양한 관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보다 올바른 해석과 결정을 내리고 바람직한 행동 방향을 이끌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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