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제 ‘렌티글로빈’, 겸상적혈구질환 치료 효과 확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적혈구가 원형이 아니라 초승달(낫) 형태를 띠는 겸상적혈구가 돼 산소공급이 원활해지지 않아 발생하는 겸상적혈구질환(Sickle Cell Disease)에 대한 새로운 유전자치료법이 잇따라 성공을 거둬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게재된 블루버드바이오사가 개발한 유전자 치료법인 렌티글로빈(LentiGlobin)의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미국 건강과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앨러배마대 버밍험 캠퍼스(UAB)의 성인 겸상적혈구질환 클리닉의 줄리 캔터 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35명의 환자에게 렌티글로빈을 1회 시술했다. 그 결과 환자 전원이 겸상적혈구가 아니라 건강한 헤모글로빈을 함유한 정상 적혈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24개월 뒤까지 확인됐다. 겸상적혈구질환의 부작용인 심각한 통증도 더 이상 수반되지 않았다.

낫형세포병으로도 불리는 겸상적혈구질환은 적혈구 생산과 관련된 유전자에 헤모글로빈S라는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체내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에도 결함이 발생해 적혈구 형태가 찌그러지고 산소공급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캔터 소장은 “이 질환에 걸린 헤모글로빈은 여전히 산소를 운반하지만 과거에 비해 운반하는 산소량이 적어지며 산소를 떨구고 난 뒤 다른 헤모글로빈과 얽혀서 세포의 기형화를 촉진하고 병들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적혈구 세포가 뻣뻣하고 끈적끈적해져 체내 어딘 가에서 뭉치면 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호흡 곤란, 피로, 잦은 감염, 황달, 장기손상을 가져온다. 심한 통증은 보통 1년에 3차례 꼴로 발생한다.

렌티글로빈 치료법은 먼저 환자의 혈액을 생성하는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제거한다. 이어 실험실에서 그 줄기세포를 건강한 헤모글로빈 사본을 삽입하는 바이러스에 노출시킨다. 다음 화학요법을 통해 환자의 남은 골수는 모두 제거한 뒤 실험실에서 복구된 줄기세포를 이식해 건강한 헤모글로빈을 생산하게 한다.

미국겸상적혈구질환협회 최고 의료책임자인 루이스 수 박사는 “여러분 자신의 골수를 이식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 치료법을 개발한 블루버드바이오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49명의 환자가 렌티글로빈으로 치료를 받았다. 대부분은 증세에서 회복됐지만 최초 치료자 중 1명은 5년 뒤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다.

NEJM에는 이 여성환자의 사례를 연구한 또 다른 논문도 실렸다. 이 논문은 렌티글로빈으로 인해 백혈병이 유발된 것이 아니라 완치되기 전 겸상적혈구질환에 의해 유발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이에 대해 캔터 소장은 “렌티글로빈 그 자체와는 관련 없지만 바이러스를 통해 복구된 줄기세포를 이식할 때 엉뚱한 곳에 주입돼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앨러배마대 연구진은 줄기세포 채취 방식과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방식을 변화시켰고 이를 통해 백혈병 유발 위험이 차단됐기를 기대하고 있다.

캔터 소장은 렌티글로빈 치료법이 향후 몇 년 안에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치료비, 화학요법, 몇 주 간의 입원기간을 고려하면 치료비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캔터 소장은 “한동안은 고가의 치료비가 들 수밖에 없지만 다음 단계는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저렴하게 해당 치료를 제공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주소(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117175?query=featured_home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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