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환자들에 작은 위로… “천식은 뇌종양 위험 줄인다” 왜? (연구)

불행 중 다행? 천식이 뇌종양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천식 환자는 뇌종양을 일으킬 위험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힘겹게 생활하는 숱한 천식환자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이 그 해답을 내놓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이나 쥐에게 천식이 발병하면 T세포가 활성화하고 이 때문에 뇌종양이 억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천식이 기도를 좁게 하고 폐에 염증을 일으키지만, 뇌에는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뇌종양 환자의 T세포를 다시 프로그래밍함으로써 천식 환자의 T세포처럼 행동하게 할 경우, 이는 뇌종양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도널드 오 슈누크 교수(신경과)는 “치명적인 질병일 수 있는 천식을 일부러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지만, T세포가 뇌에 들어갈 때 천식 T세포처럼 속인다면 뇌종양 치료에 새로운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식, 습진 등 염증성 질환자가 뇌종양을 일으킬 위험이 낮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15년 전 역학 관찰을 바탕으로 처음 제안됐다. 그러나 그 원인을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이 아이디어는 엉뚱한 두 질병이 연결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돼 왔다.

연구팀에 의하면 뇌종양 가운데 신경섬유종증(NF)은 뇌와 온몸의 신경에서 종양을 자라게 하는 복잡한 유전 질환이다. 신경섬유종증 제1형(NF1)이 있는 어린이는 시신경교종이라는 뇌종양에 걸릴 위험이 높다. 시신경교종은 눈과 뇌 사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신경 안에서 자란다.

연구팀은 NF1 유전자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생후 3개월까지 시신경교종을 형성하도록 유전자 변형된 쥐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천식을 유발하는 자극물에 생후 4~6주의 실험군 쥐를 노출시켰으며, 대조군 쥐의 경우 바닷물에 노출시켰다. 그런 뒤 생후 3개월과 6개월에 시신경교종이 생겼는지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천식이 있는 쥐는 이런 뇌종양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실험에서, 종양이 생기기 쉬운 쥐에게 천식을 일으키면 T세포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났다. 천식에 걸린 쥐들의 T세포는 데코린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하기 시작했다. 데코린은 기도를 감싸고 있는 조직에 작용해 천식 증상을 악화시킨다.

연구팀은 그러나 데코린이 뇌에서는 유익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데코린은 뇌에서 소교세포(미세아교세포)라는 면역세포에 작용하고 핵인자 카파B(NF-kB)의 활성화 경로를 방해해 활성화를 차단한다. NF-kB는 DNA 전사, 사이토카인 생산, 세포 생존을 제어하는 단백질 복합체다.

연구팀에 의하면 활성화된 소교세포는 뇌종양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한다. 또 NF-kB 활성화 경로를 억제하는 화합물인 데코린 또는 카페산 페네틸 에스테르(CAPE)로 치료하면 NF1 돌연변이를 일으킨 쥐가 시신경교종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소교세포의 활성화 차단이 뇌종양에 유용한 치료적 접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다른 종류의 뇌종양에도 해당되는지 확인할 계획이며, 습진과 유아기 감염의 역할을 조사 중이다. 이 두가지 모두 T세포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T세포와 뇌종양을 일으키는 세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잘 이해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Asthma reduces glioma formation by T cell decorin-mediated inhibition of microglia )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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