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자마자 깨면 창의력 샘솟는다?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1847~1931)은 발명품 개발이 난국에 빠지면 안락의자에서 낮잠을 잤다. 이때 그는 쇠공을 손에 꼭 쥐고 잤다. 잠이 깊게 들어 근육이 풀리면 손을 빠져나온 쇠공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에 깨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면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 역시 창의력이 필요할 때 비슷한 방법을 썼는데 쇠공 대신 무거운 열쇠를 이용했다.

괴짜 천재들의 괴팍한 비법으로만 치부됐던 이 습관이 일리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수면상태와 각성상태의 중간 지점에 창의력이 왕성하게 샘솟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지 인터넷판에 발표된 프랑스 파리뇌연구소(ICM)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파리 뇌연구소 수면연구원인 델핀 우디에트와 동료들은 에디슨과 달리의 비법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잠에 쉽게 빠지는 103명의 지원자를 모집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앞자리와 다음자리가 같으면 숫자를 반복하라’와 같은 단계별 규칙을 활용해 8자리 문자열을 7자리 새 문자열로 변환하는 수학문제를 풀게 했다. 지원자들은 숨겨진 규칙을 따름으로써 정답을 얻는 더 쉬운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마지막 문자열의 두 번째 숫자는 항상 같은 문자열의 마지막 숫자와 같았다.

30여 차례의 시도에도 해법을 찾지 못한 지원자들에게 어둡게 조명된 방의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20분 동안 휴식을 갖게 했다. 이때 이들의 신경세포가 만드는 전기파를 측 뇌파 헬멧을 쓰도록 했고 오른손에는 플라스틱 병을 들고 있게 했다. 그러다 병을 떨어뜨리면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큰소리로 보고하도록 했다. 휴식시간에 낮잠에 빠진 사람들은 춤추는 숫자와 기하학적인 모양, 로마의 콜로세움(원형경기장), 말이 있는 병실 등 다양한 환영을 봤다고 보고했다. 휴식 시간이 끝난 뒤 그들은 다시 같은 수학문제를 푸는 과제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지원자들이 낮잠을 자는 동안 꿈에서 본 영상과 과제수행 사이에 어떤 연관성도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잠깐 낮잠에 빠졌다가 깨어난 사람들이 깨어 있던 사람들보다 해법을 찾는데 3배나 더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했다. 낮잠에 빠졌던 24명 중 20명(83%)가 해법을 찾아낸 반면 잠들지 않았던 59명 중에선 15명(30%)만이 해법을 찾아냈다.

해당 수면 상태는 완전히 깨어 있지도 않고 깊이 잠든 것도 아닌 과도기 상태로 그 상태가 15초만 지속돼도 ‘창조적 효과’가 발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 깊은 수면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런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 우디에트 연구원은 “수면에 막 들어간 순간 달콤한 창조성의 지점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연구”라면서 “그것은 너무 일찍 깨거나 너무 깊게 잠들면 사라질 수 있는 작은 창문과 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창의력이 높아지는 그 짧은 단계의 뇌파 패턴도 확인했다. 신체 이완을 가져오는 느린 주파수가 완만하게 지속되는 알파파와 더불어 깊은 잠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낮은 델타파가 함께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에디슨이 말한 것과 다른 점도 있다. 유레카의 순간이 깃드는 것은 잠에서 깨어난 직후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낮잠을 잔 지원자들이 해법을 찾는데 평균 94회나 문제 풀이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우디에트 연구원은 “짧은 낮잠을 잤다고 바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에서 복잡한 문제를 직면할 때마다 그 해법을 찾기 위해 몇 차례 이를 시도해봤지만 수학문제를 풀 때처럼 딱 떨어지는 해법이 찾아지는 것이 아니어서 효과여부를 평가하기는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캔 펠러 교수(인지신경과학)는 “깊은 수면 단계를 통과하는 것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 연구는 있었지만 수면 시간대와 문제해결의 연관성을 이처럼 상세히 밝힌 연구는 처음”이라며 이번 연구를 높이 평가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의 토레 닐슨 교수(수면신경과학)는 그토록 짧은 기간의 수면이 창의성을 높여 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며 “낮잠을 자다가 머리가 앞으로 숙이면 일어나 꿈을 적는 에디슨의 비법의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주소(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j5866)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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