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동성애자 대변 검체에서 코로나, HIV 등 퇴치 단서 찾았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를 ‘에이즈 공포’에 빠뜨렸던 1980년대 사람들의 대변 검체(샘플)가 오늘날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코로나-19 등  퇴치에 단서를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장, 소장 등 장관에 ‘염증 유발(전 염증)’ 박테리아가 많이 살고 있는 남성이 HIV에 감염될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다.

연구팀에 의하면 모든 사람의 소화관에 대량 서식하는 박테리아, 곰팡이, 조류 및 기타 단세포 유기체의 특정 구성이 문제이며, 이는 총칭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군집, gut microbiome)이라고 한다.

연구의 주저자인 위에 첸 교수(감염병, 미생물학)는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고, 나쁜 병원균과 싸우며, 장 내벽을 유지하는 등 많은 신체 기능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암과 싸우고,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등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HIV 팬더믹 초기 단계의 남성 양성 반응자(감염자)는 남성 음성 반응자(비감염자)보다 염증을 유발하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HIV 양성 반응 전에 훨씬 더 많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특정 유형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HIV 감염 후 에이즈 환자로 발전하는 데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찰스 리날도 교수(병리학, 감염병, 미생물학)는 40년 동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HIV 및 에이즈 사이의 잠재적 연관성을 조사해 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분석에 쓸 수 있는 ‘검체의 보고’ 즉 1984년부터 수집하기 시작한 35세 동성애 남성 그룹의 대변과 혈액 샘플을 발견하면서 연구를 본격화했다. 이는 모두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의 일부였고 검체는 모두 동결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남성 265명의 검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NIH 연구에 참여했을 땐 HIV 감염자가 아무도 없었으나, 혈액과 대변 샘플을 제공한 지 1년 이내에 109명이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에 감염됐다.

이들의 검체는 21세기 연구팀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첸 교수에 따르면 HIV에 감염된 참가자들의 경우 염증을 촉진하는 박테리아인 ‘프레보텔라 스테르코레아(Prevotella stercorea)’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고,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 4종의 수치가 더 낮았다. 또한 혈액 검체의 분석 결과 결국 HIV에 감염된 참가자들은 감염 전 염증 수치가 더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바람직하지 않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면역 반응을 악화시키고 염증을 촉진하는 바람에 남성들이 HIV에 더 쉽게 감염되고,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이 나타나기 전에 에이즈로의 발전을 막지 못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서 코로나-19 등 각종 바이러스 문제의 해결에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텍사스대 로바 샌든 부교수(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는 피부, 눈물, 점액, 타액과 함께 장(장관)은 중요한 자연 면역방어 시스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녀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류마티스 관절염 위험 사이의 명백한 연관성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녀는 “이런 조직이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없는 환경을 마이크로바이옴이 만들면 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Signature changes in gut microbiome are associated with increased susceptibility to HIV-1 infection in MSM)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저널 온라인판에 실렸고 미국 건강매체 ‘헬스데이’가 소개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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