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주말에 전문의 당직 늘리면 의료사고 줄어들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낮과 밤, 평일과 주말 의료서비스

사람들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품질은 낮이나 밤, 평일이나 주말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모두 같거나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07년 미국 병원내에서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환자들을 낮과 밤으로 나누어 이들의 생존률을 비교했더니, 낮에 심폐소생술을 시행받은 환자의 생존퇴원률과 관련된 지수들이 밤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환자들에 비해 약 30% 정도 높았다.

또, 주중과 주말을 비교하였는데 주중 낮의 경우 주말보다 생존률이 15%정도 높았다. 엇비슷한 연구가 2017년 다시 시행됐는데 2007년에 비해 전체적인 생존률은 호전됐지만 낮과 밤, 주말과 주중의 생존률 격차는 이전 연구와 유사하게 차이가 지속됐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위와 유사한 연구가 발표된 적이 없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우리나라도 미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위와 같은 연구결과들이 나올까?

여러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낮보다는 밤에, 주중보다는 주말에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의 숫자가 격감하기 때문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많은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심폐소생술과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빠른 대처와 처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밤이나 주말이 되면 병원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료인력만이 상주하고 있다. 따라서 응급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대처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두번째로는 당직을 서는 의료인 자체의 문제이다. 당직 의료진의 상당수는 저년차 전공의들이다. 이들은 아직 배우는 입장으로 상대적으로 임상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그나마 이렇게 당직을 서면서 병원에 상주하는 전공의가 있으면 다행이다. 전공의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선 밤이나 주말에 심폐소생술과 같은 응급상황에서 대응력이 매우 떨어지는 것은 불보듯 자명하다.

그렇다면 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전문의의 당직을 늘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이 세상의 어떤 직업도 전날 야간당직을 서고 다음날 아침에 평소와 똑같이 일하라고 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것을 요구하면 고용노동청에 신고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문의에게는 이런 행동이 요구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각 과의 전문의들은 낮에 각자 맡은 일들이 있는데 모두 생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야간당직을 하면 다음날 일과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날 야간당직을 선 외과∙흉부외과 전문의가 밤샘후에 적절한 수면이나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다음날 암수술이나 심장수술을 한다면 잘 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전날 야간당직을 선 내과전문의에게 그 다음날 오전에 외래를 보라고 한다면 외래를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까? 또한 환자들은 의사들이 전날 당직근무를 섰다는 이유만으로 수술이나 외래가 취소되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야간이나 주말에 병원에서 상주하지만 다음날 일을 하지 않는 전문의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대기하는 전문의 숫자를 늘리면 늘릴수록 응급상황에 대한 진료품질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이러한 유사한 문제가 감염전문병원이다. 최근에 코로나19와 같이 전염병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을 때 감염전문병원의 필요성에 대하여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사라지면 이러한 감염전문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숫자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한 고민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신속대응팀이다. 신속대응팀이란 경험이 많은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돼 야간이나 주말에 병원에서 발생한 혈압저하, 의식손실, 심폐소생술에 대응하는 팀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응급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호주나 미국에서 시작되고 있고 기타 많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의사 최소 1명과 간호사 2~3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최소 3팀 이상 운영돼야 하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2, 3일에 한번 야간근로와 함께 주말이나 휴일에는 병원에서 하루종일 상주해야 하는 고된 일을 지원하려고 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찾기 매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책임문제도 애매하다.

만약 이러한 신속대응팀의 도움을 받았지만 나중에 환자의 상황이 악화되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이다. 이런 복잡한 문제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몇몇 대형병원만이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러한 신속대응팀이 정말로 효과적인지에 대하여도 불분명하다.

환자들은 새벽이나 주말에도 낮이나 평일과 똑같은 질의 진료서비스를 받고 싶어한다. 보건의료서비스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용과 노력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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