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가 아슬아슬한 의학적 이유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폐는 폐포(Alveloa)라는 아주 작은 주머니로 구성된다. 폐포(허파꽈리)의 지름은 0.1~0.2㎜에 불과해서 폐에는 약 3억~5억 개의 폐포가 있다. 이렇게 많은 폐포가 모여 폐를 구성하는 이유는 폐포의 표면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이 클수록, 외부에서 들이마신 산소를 흡수하고 인체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폐를 수억 개의 폐포로 구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흡연처럼 유해물질에 오랫동안 노출하거나 결핵 같은 질병을 앓으면 이런 폐포가 파괴된다. 지름 0.1~0.2㎜의 작은 주머니 같은 구조가 사라지고, 지름이 수 ㎝에 이르는 커다란 주머니로 변한다. 그러면 표면적이 감소하여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줄어든다. 이런 변화를 폐기종(Emphysema)이라고 부르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의 원인에 해당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단번에 생명을 앗아가는 대신, 길고 고통스런 시간에 걸쳐 생명을 잠식하는 질병으로 환자는 만성적인 호흡곤란과 가끔씩 찾아오는 급성악화(acute exacerbation)를 경험한다. 또, 폐렴에 매우 취약해서 폐구균 예방접종은 당연하고 해마다 독감 예방접종을 거르지 않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단순한 감기’로 치부할 수 있는 사소한 호흡기 증상에도 깊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그날의 환자는 불운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은 환자는 3~4일 전부터 피로와 근육통을 호소했다. 기침과 가래도 동반했지만 평소에도 있던 증상이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호흡곤란도 마찬가지다. 만성적인 호흡곤란에 시달리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여서 약간 악화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보호자, 그러니까 환자와 함께 사는 가족도 그 차이를 감별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 틀림없다.

여기에는 폐렴과 같은 급성 감염병이 악화하는 양상도 한몫 했을 것이다. 우리 몸은 마지막 순간까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할 때까지, 어떡하든 정상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그래서 폐렴과 같은 급성 감염병은 조금씩 조금씩 악화하지 않는다. 인체가 정상을 유지하고자 노력할 수 있는 시점까지는 원만하게 나빠지다가 그 시점을 넘는 순간, 급격히 무너진다.

그 환자도 그랬다. 119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한 그 날에도 오전에는 일상적인 생활을 근근이 유지했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결심할 만큼 증상이 심해졌지만 마침 외래진료가 끝날 시간이어서 ‘내일에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날 저녁, 환자는 심한 호흡곤란에 의식을 잃었다. 다행히 보호자가 119 구급대에 신고했고 응급실 도착과 함께 기관내 삽관을 시행하고 인공호흡기를 연결하자 상황이 다소 안정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안정’일 뿐, ‘회복’은 아니었다. 중환자실에서 긴 치료를 거쳐야 ‘회복’과 ‘사망’ 가운데 무엇을 마주할지 알 수 있었다.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치료계획을 설명했다. 그리고 중환자실 입실동의서까지 받을 무렵, 보호자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조금 일찍 왔다면 괜찮았을까요?”

보호자의 표정에는 강한 죄책감이 묻어났다. 그래서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환자 같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의료인도 아주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초기에는 폐렴의 징후를 찾기 어렵습니다. 일반인이라면 더욱 힘들겠지요. 보호자께서 자책할 이유는 없습니다.”

위로하려는 목적에서 건넨 ‘거짓말’은 아니다. 사실이다. 숙련한 의료인도 아주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만성질환자에서 폐렴의 발병을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코로나19의 일일 신규확진자가 5000명을 돌파했다. 수도권 병상은 실질적으로 바닥났고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지방으로 이송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재택치료를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젊고 건강한 환자에게만 재택치료를 시행했지만 이젠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도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없고 당뇨병 같은 위험요인이 없다면 재택치료를 시행한다. 확진자의 규모가 감소하지 않으면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도 당장 심각한 증상이 없으면 재택치료를 시행하는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 폐렴과 같은 질병의 초기 증상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숙련한 의료인도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재앙이 닥치기 전’에 겨우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러니 매우 제한된 의료도구만 사용할 수 있고, 의료진과의 연락도 원활하지 않은 현행 ‘재택진료’의 한계를 감안하면 폐렴의 진행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재택진료 중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재택진료의 문제를 파악하여 보완하는 것에 한층 힘을 내는 동시에 신규 확진자의 규모를 줄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에 대해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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