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1갠데…” 재택치료의 사각지대

지난 1일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관계자들이 재택치료 대상자들에게 제공할 키트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 재택치료가 의무화되면서, 방역정책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난 주거조건을 갖춘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재택치료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고시원, 기숙사 등 감염 취약 주거 환경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주택이나 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모두 동등한 조건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70세 미만에 무증상 혹은 경증인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진행하게 되는데, 동거인들과 적절한 거리 유지가 가능한 환경에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가족과 적정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이 있고, 가족들과 별도로 사용 가능한 화장실이 있으며, 내부 공기를 배출하기 좋은 환기 시설을 갖추고 있고, 가족 구성원 중 고령자가 없다면 상대적으로 확진자 및 그 가족들의 불안감이 덜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가족 구성원 중 고령자가 있거나, 화장실이 하나뿐이어서 확진자와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사용해야 한다거나, 실내 공기가 정체되기 쉬운 집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화장실이 하나일 때는 변기를 사용할 때마다 소독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나, 바이러스가 표면 접촉보다는 공기를 통해 주로 전파된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자신의 주거 환경이 재택치료를 진행하기에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불리하다고 느끼더라도, 고시원이나 기숙사 등에 거주하는 게 아니라면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갈 수 없다.

방역당국은 공동주택이나 아파트의 화장실 환풍기를 비닐이나 테이프로 밀봉해 다른 가구로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가족들과 화장실을 공유해야 하는 확진자에게는 부담이다. 대부분의 아파트 화장실에는 창문이 없기 때문에 결국 화장실 환기는 거실을 통해 베란다 창문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화장실 공기가 가족들의 공동생활 영역으로 침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해졌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재택 치료자에게는 체온계, 해열제,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포함된 재택치료키트가 지원되고, 증상이 심해질 땐 단기·외래진료기관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병상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호흡곤란 등이 발생했을 때 결국 병상만 찾다 상황이 악화되는 건 아닐지 두려운 것.

이로 인해 좀 더 현실성 있는 재택치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일괄적으로 재택치료를 의무화하기보다는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의 조건을 보다 세분화하고 구체화돼야 한다는 것.

안 그래도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유입으로 정부의 대응이 늦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 있으나, 이러한 수순을 밟기 위해서는 만약의 사태나 심각한 위기 상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사전준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별 백신 물량 확보의 불균형이 문제가 될 것이란 점은 이미 일찍부터 예고돼왔던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들이 백신 물량을 독식하면서 아프리카에서 다양한 변종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해왔다. 국내에 오미크론 환자가 발생하면서 오늘(3일)부터 2주간 해외 입국자에 대해 10일 격리가 진행되고, 나이지리아 단기 체류 외국인에 대한 입국도 막았지만 뒤늦은 문단속은 칭찬 받기 어렵다.

다행히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들은 무증상이나 경증에 그치고 있다. 독일 전염병학자인 카를 로터바흐 교수의 말처럼 오미크론 변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이자 ‘천연백신’이 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심은 금물이고 안전은 우선이며 엎질러진 물은 주어 담기 어려운 만큼 재택치료도 재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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