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쌍둥이, 미숙아.. ‘산부인과’ 존재의 이유

[김용의 헬스앤]

18일 서울대병원에서 태어난 다섯 쌍둥이. [사진=서울대병원]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다섯 쌍둥이 출산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8일 서울대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여아 4명, 남아 1명의 다섯 아이가 태어났다. 1987년 서울대병원에서 다섯 쌍둥이가 나온 이후 34년 만이다. 아이들의 부모는 30세 동갑내기 군인부부다. 육군 17사단 정보대대 서혜정 대위와 같은 부대 수색대대의 남편 김진수 대위 부부가 그들이다.

출산 당시 아기 4명의 몸무게는 각각 1㎏ 이상, 나머지 1명은 850g 정도로 작게 태어났지만 건강 상태는 모두 좋은 편이다. 서 대위와 김 대위 부부는 지난 2018년 학군(ROTC) 동기로 만나 결혼한 후 주말부부로 지내왔다. 소속 부대 위치가 달라 주말에만 안양과 인천을 오갔다. 2년 반이 지나도 임신 소식이 없자 인공수정을 시도한 끝에 여섯 쌍둥이를 임신했다. 임신 중 한 명은 자연 유산되어 다섯 쌍둥이가 태어난 것이다.

제왕절개 수술에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를 비롯해 30여 명의 의료진이 참여했다. 전종관 교수는 “네 쌍둥이는 몇 번 받아봤지만 다섯 쌍둥이는 처음이다. 아기들이 건강하게 세상에 나오도록 의료진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지난 4월 어른 손바닥만 한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가 현재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체중 288g, 키 23.5㎝로 예정일보다 15주나 앞선 24주 6일에 태어났다. 당시 폐도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아 스스로 호흡하는 게 불가능한 상태였다. 곧바로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진 아기는 1%도 안 되는 생존 확률과 싸워야 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24시간 아기 곁을 지켰고, 간호팀은 매일 아기가 먹을 모유를 안전하게 멸균 처리했다. 아기는 지난 9월 153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해 잘 자라고 있다.

이 두 사례를 보면 산부인과, 신생아 담당 의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 등으로 인해 늦은 결혼에 고령 임신부가 늘면서 인공수정을 통해 아기를 낳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출산 과정도 더욱 힘들어 지고 미숙아로 태어나는 아기들이 늘고 있다.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 위해서는 임신부터 신생아 관리까지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의 역할이 막중하다. 우수한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가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의사들의 산부인과, 소아과 전공 기피 풍조가 사회적 이슈로 거론될 정도다. 과거 의과대학 1등 졸업생이 지망하던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은 매년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우수 의사들이 몰렸던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반면에 성형외과는 ‘전문과목’ ‘진료과목’ 간판을 통해 ‘진짜’ 성형의사 감별법까지 등장할 정도로 의사들이 몰리고 있다.

저출산 위기 속에서 동네 산부인과가 사라진지 오래고, 대학병원들도 산부인과 전공의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공의들이 산부인과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의료분쟁’ 공포라는 주장이 많다. 특히 분만 의료사고의 경우 현행법은 과도하게 의사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타과와 비교해 삶의 질이 매우 낮은데도 의료분쟁 한 번에 사회적 지위·경제적 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먼저 분만병원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지역에서는 분만을 위해 대도시 병원 부근에서 ‘하숙’을 하는 것이 예사가 됐다. 출산 신생아수 감소와 연동해 분만 의료수가를 인상하는 ‘분만수가 연동제’를 적극 검토할 때다. 현행 의료수가로는 동네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할 수 없다. 별도의 분만수가를 책정해 일시적으로 임산부가 없어도 병의원을 경영할 수 있는 수가를 보장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산부인과 병의원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간호사 수를 줄였다간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불가항력적 분만 사고에 대한 배상액도 손질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으로 밤잠 안자고 온 힘을 다해 아기를 받은 의사를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난임 문제가 국가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산부인과가 난임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난임 사업에서 정부지원의 나이별 제한·경제적 기준을 없해 난임 여성이 횟수 제한 없이 무상으로 난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 난임 문제로 밤잠을 못 이루는 부부의 고민을 덜고 산부인과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이다.

이제 얼마 안 남은 산부인과 개원의들은 거의 분만을 다루지 않는다. ‘여성 의료’라는 묘한 영역으로 병원의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처럼 의대 1등 졸업생이 산부인과·소아과를 지망해야 우리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잘 자란다. 난임 문제를 도와 가장 시급한 국가 과제인 저출산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한 해 저출산 예산이 46조 원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아주 적은 돈이라도 분만 병원을 위해 쓰일 수는 없을까.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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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1. 소멸 될지 모르는 나라에 사는 국민

    저출산 예산이 템플스테이에 쓰였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네요. 템플스테이가 우리 문화를 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니 국가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왜 저출산 예산이 템플스테이에 들어갈까요?
    그 이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저출산예산이 병원에 쓰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다른 곳에 쓸 곳이 많거든요. 도저히 상식적으로 보면 저출산과 상관 없는 분야들이지만….높은 분들이 보기에는 저출산 예산이 병원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쓰이는 것이 맞다고 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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