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백신 1회 접종만으로 자궁경부암 예방 가능? (연구)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은 몇 종의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삼느냐에 따라 2가, 4가, 무가(5종 이상‧국내에는 9가)가 있다. 이들 백신은 모두 2,3회의 접종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아프리카 케냐에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1회 접종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캐나다 토론로에서 열린 국제HPV회의에서 발표된 임상결과를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뉴스 웹진 ‘헬스 데이’가 지난 26일 보도한 내용이다. 단일 투여 백신의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여부는 추가연구로 보강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높은 개발도상국에겐 여러 차례 맞아야 할 백신을 1회로 줄일 수 있기에 비용과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희소식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와 케냐 의학연구소는 15세~20세 사이의 케냐 여성 2275명을 대상으로 2018년 12월~2021년 6월 무작위 백신 치료를 실시했다. 대상 여성은 성적으로 활동적이되 파트너가 5명 이하여야 했고, HPV 예방 접종을 받지 않았으며 HIV 음성이어야 했다.

이중 760명은 HPV 16형과 18형, 두 종류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2가 백신을, 같은 숫자의 여성은 16형, 18형,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을 예방하는 무가 백신을 단 1회만 접종했다. 나머지는 수막구균성 수막염을 예방하는 백신을 맞았다.

HPV백신을 접종받은 여성들은 18개월 후 1회 접종만으로도 HPV 16과 18에 대해 97.5%의 면역효과를 보였다. 무가백신은 다른 5종의 HPV에 대해 89%의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1명의 여성이 HPV 한 변종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백신은 다른 변종 바이러스로부터 대부분 여성을 보호해줬다.

이번 임상시험에 참여한 워싱턴대 의대의 루앤 바나바스 세계보건학 교수는 “단일 투여 백신은 18개월 될 때까지 여러 차례 백신을 맞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한 명으로 케냐의학연구소 수석과학자이기도 한 넬리 무고 워싱턴대 교수는 “자궁경부암 박멸에 새로운 동력을 가져다 주는 연구결과”라면서 “케냐와 비슷한 국가에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큰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2분마다 1명의 여성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그중 80%는 아프리카 여성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퇴치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15세 소녀 중 90%에게 HPV 예방접종을 맞히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5년 전 HPV 2가 백신을 승인했고 이후 4가와 9가 백신을 추가 승인됐다. 11, 12세 소녀, 소년에게 우선 접종을 권장하지만 45세까지 접종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단일 투여 백신의 면역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케냐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선 이번 연구 결과가 “자궁경부암 발병률을 확 낮출 수 있는 게임 체인저”와 같다고 샘 카리우키 케냐 의학연구소 소장 대행은 밝혔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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