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변이 오미크론과 팬데믹 정치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500호 (2021-11-29일자)

그리스 알파벳과 오미크론의 전망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팬데믹의 변동은 주식시장을 먼저 할퀴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세계증시의 폭락과 함께 우리나라 증시도 휘청거렸습니다. 남아공에서 튀어나온 코로나19의 새 변이 때문이었습니다. 영국, 홍콩,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도 새 변이가 보고됐고, 미국과 영국의 몇몇 감염병 전문가가 엄청난 전염력을 경고하면서 세계 증시가 파랗게 질려버렸지요.

새 변이는 처음에 ‘누’ 또는 ‘뉴’로 보도됐는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Ο)’으로 명명했습니다. 뉴(Nu)를 피한 것은 영어단어 ‘뉴(New)’와 혼동을 피한 것으로 보이고, 다음 순서인 ‘크사이(Xi. 우리나라 아파트 이름처럼 ‘자이’라고 발음하기도 함)’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성과 같기 때문에 건너뛴 것으로 보입니다.

WHO는 지난해 이 무렵 ‘우한폐렴’이 번질 때 지역 명을 써서 낙인찍으면 안 된다는 이유로 ‘Covid-19’로 이름 지었습니다. 나중에 변이가 유행했을 때 영국 변이, 남아공 변이, 브라질 변이, 인도 변이 등으로 부르다가 동일한 원리에 따라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으로 이름을 바꿨고요.

이처럼 코로나19의 변이 이름은 그리스 문자의 자모 순서대로 지어져 왔지요. 그리스 문자는 수학, 물리학, 천문학 등에 애용되는데 그리스 국민들은 자국 문자가 인류를 진절머리 치게 하는 병명에 쓰이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그리스 문자는 기원전 9세기경 페니키아 문자를 받아들이고 모음 표기를 추가해서 형성됐다고 합니다. 그리스의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문자를 썼는데, 기원전 403년 아테네가 동부 이오니아에서 쓰던 문자의 형태와 발음으로 통일했습니다.

자모 문자를 뜻하는 ‘알파벳(Alphabet)’은 그리스 문자의 첫 두 글자인 알파와 베타에서 왔고, 시가총액이 2000조원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글의 지주회사 이름이기도 하지요?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합친 ‘Alpha and omega’는 처음과 끝, 전체, 고갱이 등을 가리키는 관용어이고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그리스 문자에서 크사이 또는 자이를 건너뛰고 오미크론으로 넘어간 것을 ‘팬메딕은 정치’라고 비판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은 차치하더라도 이집트의 지카, 콩고의 에볼라 강, 우간다 웨스트나일 등의 지역이름을 병명으로 쓰다가 중국에서 팬데믹이 번지자 지역 이름을 버리더니 이번에는….

어쨌든, ‘Xi’를 건너뛴 오미크론 소식이 들리자 이스라엘이 2주 동안 국경을 전면 봉쇄해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것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급히 대책에 나섰습니다. 우리나라도 아프리카 8개국을 격리면제 제외국가로 지정했고요.

다행스럽게도 남아공에서 처음 환자를 보고한 안젤리크 쿠치에(Angelique Coetzee. 사진) 남아공의사협회장은 서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20여 명의 변이 환자들을 봤는데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것 외에 전체적으로 증세가 가벼웠다(Mild)”고 밝혔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바이러스의 속성을 벗어나지 않고, 전염력은 세지만 파괴력은 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세계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다시피 한 것이 변이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변이가 생기면 선진국에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는데, 선진국이 자국만 챙기다가 결국 스스로 피해가 가게 됐다는 것이지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특허 면제를 주장했다가 유럽 정부와 자국 기업의 반대로 철회했는데 지금부터라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테네의 아고라에서 시민들이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의논했듯, 팬데믹 극복에도 지구촌 시민이 함께 손을 잡아야 할 듯합니다. 오미크론에서 파이, 로, 시그마 등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오늘의 음악]

미인박명이라고 했던가요? 일찍 세상을 떠난 싱어송라이터 두 명의 명곡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1985년 오늘 요절한, 천재가수 김정호가 1980년 발표한 절창 ‘인생’입니다. 2001년 오늘 세상을 떠난 조지 해리슨이 만든 ‘Something’ 이어집니다. 비틀스의 남은 멤버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해리슨의 절친으로서 부인을 ‘넘겨받은’ 에릭 클랩톤, 그룹 ELO의 리더 제프 린 등이 함께 부릅니다.

  • 인생 – 김정호 [듣기]
  • Something – 에릭 클랩톤, 폴 매카트니 등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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