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편견, 백신에 대한 편견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자료 / 사진=뉴스1

인간은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훌륭한 지식인과 위대한 지도자도 가끔씩 편견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1930년대와 1940년대 초반, 미국을 이끈 지도층도 그랬다.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아시아인, 특히 동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이 강했다. 중국인은 모두 게으르고 음험하며 매우 탐욕스럽고 도박과 아편을 즐긴다고 믿었다. 일본인은 근면하고 성실하지만 키가 작고 치아가 부실하며 심각한 근시여서 죄다 안경을 착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본이 1930년대에 중국을 침략하여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1940년대 접어들며 태평양의 긴장이 고조하는 상황에서도 일본 해군을 과소평가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조차 ‘일본인은 심각한 근시여서 전투 조종사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1941년 12월 7일, 일본 기동함대에서 출격한 전투비행대가 진주만을 기습하면서 그런 편견은 완전히 부서졌다. 일본 해군의 전투 조종사는 미군 전투 조종사를 압도하는 실력을 지녔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이 자랑하는 ‘0식 함상전투기’, 이른바 ‘제로전투기’는 미군의 모든 비행기를 압도하는 성능을 보였다. 그러니 일본군과 미군의 공중전은 일방적인 살육으로 끝날 때가 많았고 미군은 태평양 전선에서 패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미군이 그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제로전투기의 장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온전한 상태의 제로전투기를 입수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불시착한 제로전투기를 찾아내면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미군 기술진은 제로전투기가 속도와 기동성이 탁월하고 무장이 우수하지만 기체가 약하고 조종사의 생존성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서구 공업 국가와 비교하여 기술력이 부족하여 고성능 엔진을 만들지 못한 일본이 고육지책으로 방어력을 희생하여 다른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방어력을 희생하기로 결정하자 다른 성능을 저하하지 않는 부분까지도 아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미군 전투기는 금속과 고무로 이루어진 2중 구조의 연료통을 사용한 반면에 일본 전투기는 금속 단일 구조의 연료통을 사용했다. 미군이 사용한 2중 구조의 연료통은 금속틀 안에 고무주머니가 있어 연료를 사용할수록 고무주머니가 줄어든다. 그래서 연료통이 피격당해도 폭발할 위험이 조금이나마 감소한다. 하지만 일본이 사용한 금속 단일 구조의 연료통은 연료를 상당히 소모한 상태에서도 피격당하면 폭발할 위험이 크다.

이런 단점을 파악한 미군은 제로전투기의 취약한 방어력을 공략하는 전술을 선택하여 일방적인 수세에 몰렸던 공중전의 판도를 점차 바꾸었다.

감염의 위험을 100% 막는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감염의 위험이 40~50%만 감소해도 ‘사용할 의미가 있는 백신’에 해당한다. 감염의 위험이 70~80% 이상 감소하면 ‘매우 우수한 백신’이 틀림없다. 또, 백신의 효과는 감염을 막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감염자에서 중증 발현과 사망 발생을 줄이는 것도 백신의 효과에 해당한다. 2차 대전 당시 두꺼운 장갑과 2중 구조 연료통이 모든 미군전투기를 ‘격추의 위험’에서 구하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방어력을 증강한 덕분에 적지 않은 조종사의 생명을 구했고 ‘전쟁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것처럼 백신이 모든 사람을 전염병의 위험에서 구하지 못해도 감염자의 숫자를 줄일 뿐만 아니라 중환자와 사망자를 확실히 감소시켜 ‘유행의 극복’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질병관리청이 11월 2주차에 발표한 ‘코로나19의 예방 접종력에 따른 감염, 위중증, 사망 위험도 비교’에 따르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집단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집단과 비교하여 감염위험은 2.3배, 중증위험은 11배, 사망위험은 4배가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은 확실히 효과가 있으며 대유행을 극복할 거의 유일한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무작정 높은 수준의 방역을 지속할 수 없어 ‘위드 코로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래서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은 백신 부작용을 한층 면밀하게 조사하고 투명하게 발표하여 백신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또, 현장 의료진은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을 덜어줄 의무가 있다. 마찬가지로 시민 역시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현실을 차분하게 받아들여야 가깝게는 ‘위드 코로나’에 성공하고 멀리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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