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들의 놀이터 ‘미국 시장’ 진출하려면?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코로나 시국에도 증가했다. 2020년 기준 10조 원 규모로, 전년 대비 62.5% 증가했다. 2017년부터 매년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정부도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의 혁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육성·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 기회를 모색 중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미국 제약사인 애브비의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인 ‘휴미라’는 2020년 22조 8000억 원으로 글로벌 매출액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국내 의약품 시장 전체와 맘먹는 수준이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 차이를 단기간에 좁힐 순 없지만, 그래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때인 만큼 업계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 확보와 전략 수립을 하기에 지금이 적기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에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고 현지 제약시장 진입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목표와 정부의 정책 방향이 일치하고 있다.

이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거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환경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를 24일 마련했다.

이날 헬스케어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아이큐비아 한국의 전승 전무는 “특허 만료로 발생하는 LOE(독점권 상실) 시장, 바이오시밀러 처방 증가, 신흥제약시장의 성장 등이 글로벌 시장에 우리 바이오제약기업들이 진출·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 포커스를 두고 의약품에 대한 근거 도출을 위한 리얼월드 연구,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 능력, 대면과 비대면의 균형, 원격의료 준비, 테크놀로지 기업들과의 협력 등에 도전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클러스터, 지사, 합작법인 등 단계적 접근 필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전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으로의 영역 확장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조원희 변호사는 “미국 시장은 크기가 크고 글로벌 제약사와 CRO(임상시험수탁기관) 기업, 바이오벤처, 연구병원 등이 많이 모여 있고 파트너십이나 R&D 자금 확보의 기회들이 많다”며 “과거에는 미국 의약품 수출, 라이선스 아웃, 미국 기업과의 공동연구 및 임상 진행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유형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진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투자 규모가 국내 대비 훨씬 크고 사업적 지원과 인재 채용 등의 기회가 많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는 것.

미국에는 다양한 바이오 클러스터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파트너십과 비즈니스의 기회가 많아진다. 대표적으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는데, 현재 전 세계 1000여 개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여기에 입주해 있다.

조 변호사는 “바이오 클러스터에 입주하면 다양한 제약바이오기업들과 지식을 교류할 수 있다”며 “또한, 바로 현지 법인을 내는 것보다는 현지 지사를 내서 직원 1명을 파견하는 등의 형태로 시장을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지 지사를 낸 다음 현지인을 채용해 소규모로 현지 법인을 내거나 합작법인(JV)을 시도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미국 내 법인을 설립하는 것보다는 JV 설립이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현지 시장을 경험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조 변호사는 “함께 어떤 시너지를 도출할 수 있을지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현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니 현지의 인력, 문화, 구조, 규제 등을 습득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제약사인 테바(Teva)도 미국화학기업인 W.R.그레이스와 JV를 설립해 미국 제네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테바는 이스라엘 내수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뒤, 독자적으로 미국에 진출하기보다는 JV와 지분 인수 등의 공략으로 글로벌 시장 범위를 확대했다. 현지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현지 기업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인도 제약사인 선 파마(Sun Pharma)도 인도 내에서 만성질환 처방약으로 내수시장 1위를 달성한 뒤 미국 내 다양한 기업들과 생산 공장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현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갔다. 조 변호사는 “선 파마는 적자로 파산 직전에 있는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했는데 이런 쪽으로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며 “적자상태의 회사를 인수해 흑자 전환하고 경영권, 지적 재산권(IP), 라이선스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고 안과, 피부과 등 틈새 마켓을 집중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본사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변경하는 ‘플립(Flip)’ 형태의 현지 시장 진출 방법도 있는데, IT기업들이 주로 행하는 방법이지만 최근에는 바이오기업들도 해당 방식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단, 이 방법은 양도소득세 등 세금 이슈가 있는 만큼 가급적 회사 벨류가 적은 초기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의 투자유치와 법인운영에 대한 부담 등이 따른다는 점에서 충분한 사전 조사가 중요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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