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내뿜는 화학물질, 남성 공격성 줄인다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기가 내뿜는 화학물질이 남자들을 더 유순하게, 여자들을 더 공격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9일(이하 현지시간)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즈》에 발표된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신경과학자인 노엄 소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 잡지 《사이언스》
가 19일 보도한 내용이다.

곤충과 다른 동물에게 공격성과 교미를 유발하는 화학 물질인 페로몬을 인간이 가지고 있느냐에 대해 수십 년간 논쟁을 벌여왔다. 소벨 교수팀의 발견은 이런 논란을 종식시킬 만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아기들이 ‘헥사디카날(HEX)’이라는 냄새 없는 화학물질을 내뿜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한발 더 나아가 이 물질이 여성의 공격적 행동을 유발하는 반면 남성에겐 진정효과를 발휘한다는 점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소벨 교수는 “이것을 페로몬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인간의 행동, 특히 공격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분자라고 할 수는 있다”고 했다. 인간은 피부, 침, 대변에서 HEX를 분출하는데 아기는 이를 머리에서 배출한다. 연구진은 HEX를 쥐 우리에 뿌려봤더니 동물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발견했다.

소벨 교수의 제자인 에바 미쇼르 박사는 HEX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강렬한 좌절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그에 대한 반응을 측정 가능하도록 설계된 컴퓨터 게임을 개발했다. 그리고 126명 지원자의 입술 윗부분에 접착테이프를 착용하게 하고 그중 절반에만 HEX를 뿌렸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과제 중 하나는 가상 머니를 분배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파트너와 협상하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파트너가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론 컴퓨터였다. 컴퓨터는 플레이어가 제안하는 금액이 전체 금액의 90% 미만일 경우엔 자동적으로 선홍색 ‘No!’로 응대하게 프로그램 돼 있었다. 대다수 참가자들은 파트너의 일방적 요구로 인해 좌절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음 과제는 첫 번째 게임의 파트너를 소음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컴퓨터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수준의 고통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이 있는 버튼을 선택해 소음 크기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수준의 공격성 표출을 측정할 수 있었다. HEX에 노출된 여성은 19% 더 공격적으로 행동했다. 반면 HEX에 노출된 남성은 18.5% 덜 공격적으로 행동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스캐너로 뇌 활동을 관찰하면서 HEX에 노출되었을 때 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비교했다. HEX는 여성의 공격성을 평균 13% 증가시켰고 남성의 공격성은 20% 감소시켰다. 또한 HEX는 여성의 공격성을 조절하는 뇌 영역 사이의 신경 의사소통을 줄이고 남성의 영역 간의 의사소통을 증진시키는 등 뇌 활동에도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뉴욕대 그로스만 의과대의 신경과학자인 다유 린은 HEX가 성별 차이에 특화된 방식으로 인간의 공격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꽤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공하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HEX의 이런 성별차를 영아의 생존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한다.

미쇼르 박사는 성인이 아기의 정수리에서 HEX를 흡입하는 것이 신생아에게 유리하다는 가설을 세웠다. 포유류의 경우 암컷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성을 사용하는 반면 수컷은 새끼를 공격하기 쉽다. 새끼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암컷의 공격성은 높이고 수컷의 공격성을 둔화하는 HEX를 분비한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생물학자인 트리스트람 와이어트 교수는 “흥미로운 연구이긴 하지만 얼마나 무게를 실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아가 방출하는 HEX로 실제 성인의 행동을 바꾸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 대부분이 추측에 불과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와이어트 교수는 어떤 화학 신호가 인간의 공격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사람들이 실제로 공격적이거나 위협을 느낄 때 내뿜는 화합물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연구의 심리실험은 똑같이 되풀이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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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1-11-23 18:26:19 삭제

      이것을 페로몬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인간의 행동, 특히 공격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분자라고 할 수는 있다 아이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런 화학물질까지 내뿜는다니 신기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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