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도 성추행과 폭언으로 스트레스 ↑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의료진도 감정노동자

조사를 보면 콜센터 종사자의 이직률이 연간 22%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콜센터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는 감정노동을 해야 하며 고객들로부터 욕설이나 반말, 성희롱과 같은 언어적 폭력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 감정노동이란 상대방인 소비자가 친절함과 보살핌을 느낄 수 있도록 근로자의 외모와 표정을 관리하고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압하거나 조직이 요구하는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등 자신의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노동을 말한다.

법에서는 승무원, 콜센터 상담사, 호텔 및 음식점 종사자, 간호사, 보육교사 등 주로 고객과 직접 대면해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들을 감정노동자로 규정하고 있다.

믿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점에서 보면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도 감정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의사들도 여러가지 이유로 몸이 아픈 사람들과 보호자들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다른 감정노동자와 다른 점은 질병으로 인해, 그리고 치료로 인해, 치료비로 인해, 치료에 드는 시간과 노력으로 인해 매우 예민해진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위에 열거한 이유로 사소한 문제에도 쉽게 날을 새우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까지 의사직군의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다.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높고 전문적 영역에서 일하기 때문에 감정노동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노동은 서비스산업에 종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전국의 의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의 감정노동 체감수준이 2015년 우리나라 전체 감정노동 평균인 61.5점보다 높은 70.0점으로 나왔다.

이렇게 많은 의사들이 감정노동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환자의 권리의식이 증가하고 의료기관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환자만족을 위한 친절, 인내심, 배려 등이 강조되는 등 서비스의 질적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지만 이 외에도 환자들의 부당한 요구, 환자나 보호자들의 반말이나 폭언, 심지어 폭행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7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공의의 28.7%가 수련 중에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는데 이 중에서 환자에게 당했다는 경우가 17.6%로 가장 많았다. 또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10.2%였는데 이 중에서 환자에게 당한 경우는 5.6%에 달했다. 폭력의 경우 71.2%의 전공의가 언어폭력을 경험하였는데 이 중에서 39.1%가 환자에게 당했고, 신체폭행의 경우 20.3%가 경험하였는데 이 중에서 11.5%가 환자로부터 경험하였다고 조사되었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차마 입에 올리지도 못할 욕설을 들었다던가 보호자에게 멱살을 잡혔다던가 하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 되었다. 여성의 경우 더 열악하다. 의료진을 향해 ‘아가씨’, ‘저기’, ‘야’와 같은 물론이고 심지어 ‘반말’을 하는 환자나 보호자도 있다. 성희롱적인 말을 하거나 간호사의 경우 치료나 처치를 하는 도중에 은근히 몸을 밀착하거나 더듬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의료인들은 병원 분위기나 원활한 진료를 위해 억누르고 참으려 하는데 이러한 내적인 갈등이 결국 의료인 개인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다른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이미 2016년 개정된 의료법에 의하여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경우 5년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가중처벌하도록 하였지만 2018년 말 한 정신과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일이 있었다. 이에 2019년 응급실뿐 아니라 의료기관 내에서 모든 의료인에 대한 폭행사건에 대하여 가해자 가중처벌이 이루어지게 되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 이상의 피해를 입힌 경우 최소 1천만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하고, 중상해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징역형 이상의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처벌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19년 의료인 폭행 관련 대의원 설문조사에 의하면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실제로 처벌에 이른 비율은 10%에 그쳤다. 또한 신고 후 피의자나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경우가 70%에 달하였다. 이는 의료진이 폭행이나 폭언을 당했더라도 이를 실제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고 신고를 하더라도 당시 환자나 보호자의 사정을 잘 아는 의료인으로서 환자나 보호자와 합의 후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병원은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장소이다. 의사는 환자들을 진료할 때 환자의 인격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을 행사하는 환자에게 의사가 환자의 인격을 존중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의사나,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모든 의료인들은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과 딸, 부모와 남편이다. 의료진에 대하여 존칭과 함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의료진을 춤추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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