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앤 하이드 같은 성격…분노 그냥 둬도 될까?

[사진=Aleksei Morozov/게티이미지뱅크]
– 수면 부족, 반복적 소음 등 분노 유발

– 분노 계속되면 심장병, 암 위험 증가

세상이 분노로 넘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탈레반이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처럼 21세기에도 내전이 벌어지고, 개인적인 원한으로 범죄가 벌어지기도 하며, 심지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묻지마 폭행이나 살인이 일어나기도 한다.

평소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갑자기 지킬에서 하이드가 된 것처럼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분노에 찬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 것처럼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가짜뉴스에 있다고 해석한다. 가짜뉴스는 진짜뉴스보다 쉽게 퍼지는 성질이 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 국가, 인종 등을 대상으로 한 가짜뉴스는 이들에게 분노를 느끼도록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분노를 일으킨다는 인과적 설명이 가능하다.

만성적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시대라는 점도 분노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인 10명 중 6명은 수면장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수면 부족은 화를 부르고 화는 수면을 방해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지난 2018년 미국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 의하면 적정 수면을 취한 사람들과 적정 수면 시간에서 2시간 부족한 잠을 잔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 잠이 부족했던 사람들이 다양한 소음 자극에 더욱 화를 내는 결과를 보였다. 수면 부족과 기분장애가 연관성을 보이는 만큼 연구자들은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허기가 질 때도 화가 난다. ‘배고픔(hunger)’과 ‘분노(anger)’를 합쳐 배고픔이 화를 부른다는 ‘행거(hanger)’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2019년 ≪감정(Emotion)≫ 저널에 실린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연구에 의하면 배고픔은 단지 혈당 수치를 하락시켜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배고픔은 분노를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과 연결돼 있고 이로 인해 화가 촉발된다.

특정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돼도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 층간소음처럼 반복된 소음에 노출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선택적으로 특정한 소리에 무척 민감해지는 청각과민증을 ‘미소포니아(misophonia)’라고 한다.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도 윗집 발소리에 특히 더 예민한 사람이 있다. 남들은 그냥 넘길 수 있는 껌 씹는 소리, 쩝쩝대는 소리, 한숨 쉬는 소리 등에 폭발적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도 있다. 이 같은 미소포니아는 대인관계를 망가뜨리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보고가 있다.

분노는 명백한 이점도 있다. 잘못된 부분은 화를 통해 이를 표현할 필요가 있고 억울한 일이 있을 땐 분노가 ‘결백의 표시’가 된다. 때로는 가족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 국가 등을 지키기 위한 진실성 있는 강력한 ‘사회적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분노는 오해를 살 수도 있고, 건강에도 해롭다. 분노는 뇌졸중과 심장마비 등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심리학과 노화(Psychology and Aging)≫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반복적인 분노의 감정이 심장병, 관절염, 암을 포함한 만성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심지어 슬픔보다 분노가 노인의 신체건강에 더 해롭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화가 날 때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억눌린 감정을 표출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분노가 촉발하는 지점은 사실상 외부적 요인보다 통제력 상실 등 내부적 요인에 의해 촉발되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자신의 생각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쁜 일을 곱씹어 생각하거나 상황을 자꾸 나쁜 방향으로 해석하는 등의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만약 혼자서는 이러한 훈련을 도저히 해낼 자신이 없다면, 또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가할 정도로 분노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감정과 충동 조절을 돕는 약물 치료와 심리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화가 나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도 점점 나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분노는 질환이라고 생각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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