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웃으면 할머니도 웃는 이유 “뇌 싱크로율 때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우 유승호를 국민 아역배우로 등극시킨 영화 ‘집으로’이 보여주듯 할머니의 손주 사랑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미국에서 그 특별한 뭔가를 스캔해 냈다. 할머니의 뇌와 손주의 뇌는 싱크로율이 아버지와 자식의 그것보다도 높게 나타난 것이다.

16일 생명과학저널인 《영국왕립학회보 B》에 게재된 미국 에모리대 제임스 릴링 교수팀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뉴스 웹진 헬스 데이가 1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3~12세 손주가 한 명 이상 있는 50명의 할머니를 모집했다. 먼저 그들과 손주의 관계와 애착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손주, 무명 자녀, 손주의 동성 부모, 무명 어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들 뇌에 대해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검사를 실시했다.

대부분 참가자는 다른 이미지를 볼 때보다 자신의 손주 사진을 볼 때 감정적 공감 영역(대뇌섬 및 2차체감각겉질)과 움직임 영역(운동겉질 및 보조운동 영역)이 더 많이 활성화됐다. 또 인지적 공감 관련 영역(관자엽과 마루엽 경계 및 배외측 이마엽겉질)이 강하게 활성화된 할머니일수록 손자 돌보기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릴링 교수는 “할머니는 손주가 웃고 있으면 그들의 기쁨을 느끼고, 손주가 울고 있으면 그들의 고통과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 손주의 느낌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에모리대 뉴스매체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우리가 발견한 것은 할머니가 손주와 교류할 때 손주가 느끼는 것에 공명하도록 뇌의 진화가 이뤄졌음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흥미로운 발견은 이들 할머니에게 그들 성인 자녀의 이미지를 보여줬을 때 인지적 공감영역이 더 강하게 활성화된 점이다. 이는 그들이 성인자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또 왜 그런지를 인지적으로 이해하려 하지만 감정적 이해는 그에 미치지 못함을 뜻한다.

릴링 교수는 “어린이는 어머니의 뇌 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뇌까지 조작할 수 있는 특질을 진화시켰을 수 있다“며 ”성인이 되면 그와 같은 ‘귀여운 ‘요소’가 사라지기 때문에 동일한 감정적 반응을 끌어낼 수 없게 된다“고 추론했다.

릴링 교수는 모성애보다는 부성애를 신경과학적으로 분석해온 선두주자다. 과거 아버지들에게 자녀사진을 보여주며 실시한 fMRI 결과와 비교하면 할머니가 손주의 이미지를 봤을 때 감정적 공감과 동기부여 관련 영역이 더 많이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릴링 교수는 “연구 결과는 뇌 속에 세계적인 육아보육 체계가 존재하고 있으며 손주들에 대한 할머니들의 반응이 그 체계에 부합함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한 에모리대 인류학과 박사과정의 이민우 씨는 “인간의 사회생활과 발전에 할머니와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신경과학 분야에서 크게 소외돼 있다는 생각에 연구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할머니 가설’을 뒷받침해준다고 설명했다. 다른 동물의 암컷은 생식기간이 끝나면 죽는 반면, 인간 여성은 가임기가 끝난 뒤에도 훨씬 오랫동안 사는 것이 손주와 자손에게 진화적 이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실제 학업, 사회행동, 그리고 신체 건강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성취를 이룬 아이의 경우 할머니와 긍정적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연구들도 축적되고 있다고 저자들은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다음 인터넷 주소(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pb.2021.1997)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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