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몸에 환경호르몬 쌓이는 습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점심시간, 간편한 식사를 위해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집어 든다.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된다. 입가심으로 커피도 마신다. 뜨거우니 플라스틱 뚜껑을 보호막 삼아 한 모금 넘긴다. 우리는 짧은 한 끼의 식사 속 얼마나 많은 환경호르몬을 맛있게 먹었을까?

환경호르몬은 산업 활동을 통해 생성, 분비되는 화학 물질이다. 몸속에 흡수되면 내분비계 기능을 방해하는 유해한 성분이다.

수용체 활동 과정에 교란을 일으켜 사람은 물론이고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 정상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거나 작용하는 것을 방해하고 다음 세대의 성장 억제와 생식 기능 이상도 초래한다.

환경호르몬은 지구 온난화, 오존층 파괴와 함께 세계 3대 환경 문제다. 일상 행동이 우리 몸 속 환경호르몬 축적을 불러왔을 수도 있다. 작은 습관 변화로 내 몸을 지켜보자.

◆ 비닐 랩 사용 줄이기

플라스틱 재질인 PVC로 만들어진 비닐 랩은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라는 환경호르몬이 들어간다.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가소제다. 랩이 열에 가열되면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방출된다.

음식을 랩으로 밀봉하고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방출되고, 방출된 호르몬은 그대로 음식에 묻는다. 이는 암, 생식기능 장애 등을 유발한다. 비닐 랩 구매 시 재질을 확인하자. 폴리에틸렌(PE)와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이 비교적 안전하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음식을 보관하고 데울 때 유리 용기와 뚜껑을 사용하는 것이다.

◆ 필요 없는 영수증 받지 않기

영수증은 종이에 비스페놀 A를 입혀놓았기 때문에 만지는 순간 손에 환경호르몬이 묻는다. 영수증 한 장 속 비스페놀 A의 양은 캔 음료에 비해 수백 배에 이른다. 비스페놀 A는 생식기관, 비만, 당뇨, 뇌 발달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안상준 교수팀은 비스페놀 A가 비알콜성 지방간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식약처는 식품 기구 및 용기·포장의 비스페놀A 용출규격 0.6ppm이하로 규정했다. 특히, 모든 영유아용 기구 및 용기포장과 화장품에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비스페놀 A가 묻은 영수증 용지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심각한 환경오염도 일으킨다. 지구와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 전자영수증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명하다.

◆ 섬유 유연제 성분 살피기

알킬페놀류는 플라스틱의 원료였다. 현재는 합성세제와 섬유유연제, 세정제품 속 계면활성제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알킬페놀류가 몸에 흡수되면 여성은 불임 증가, 남성은 정자 수 감소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일부 알킬페놀류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세정제로 사용되고 자연으로 배출된 호르몬은 수생 생태계도 교란시킨다. 알킬페놀류가 함유된 제품을 사용할 땐 장갑을 착용하고 사용 후 손을 충분히 씻자.

◆ 환경호르몬 배출을 위해

몸속에 쌓인 환경호르몬을 배출시킬 수 있다. 환경호르몬 반감기는 다이옥신처럼 7년으로 긴 경우도, 비스페놀 A처럼 6시간으로 짧은 경우도 있다.

환경호르몬을 잘 배출하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환경호르몬을 비롯한 몸속 유해물질 배출을 증가시킨다.

식이섬유는 숙변 및 독소를 제거하고 장내 환경 개선을 도와 환경호르몬 배출에 효과적이다. 한양대 생명과학과 계명찬 교수는 “통조림은 비스페놀 A로 코팅되어 있다”며 “내용물 섭취 전 물로 헹구면 환경호르몬 섭취를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식약처는 소책자 ‘식품용 기구 및 용기·포장’에서 전자레인지용으로 표시된 용기인지 확인 후 사용해야 한다. 사용 가능한 재질은 종이제, 유리제, 도자기제, 합성수지제 중 폴리프로필렌 등이 있지만, 전자레인지용 표시를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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