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과학고 ‘의대 지원생’ 장학금 회수.. 의사 진로는?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과학고가 학생들에게 지급했던 장학금을 모두 회수해 주목받고 있다. 의과대학에 지원한 졸업생들이 대상이다. 이 학교는 2018학년도 신입생 선발 때부터 의대 지원생에 한해 장학금 회수 방침을 정했다. 이는 대학 합격 여부와는 관계없다. 학생들도 알고 입학한 것이다.

경기과학고는 영재학교 진흥법에 따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이공계열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됐다. 그런데 이런 취지와 달리 의대·치대·한의대 등 의학 계열 지원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경기과학고의 의학 계열 대학진학률은 2018학년도 6%대에서 2020년에는 10%를 훌쩍 넘었다. 경기과학고는 당초 방침대로 지난 2월 졸업생 중 23명의 장학금을 회수했다. 3년간 지급했던 1인당 약 550만원으로 총액은 1억2600만 원 가량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과학 영재학교도 비슷하다. 전국 8개 학교의 최근 3년간 의학 계열 지망생은 전체 졸업생 가운데 10%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학교 지원생들도 올해부터 졸업 후 의학 계열에 지망할 경우 불이익을 감수한다고 서약해야 한다.

과거 같으면 이런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최우등생들은 대학 진학 시 이공계를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인기 과’만 시대에 따라 달랐다. 화공과, 물리학과, 전자공학과, 기계공학과 등은 입시 커트라인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의대 입학 커트라인을 앞선 곳이 많았다. 원하던 공대의 인기 과를 가지 못해 의대에 진학한 경우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IMF 이후 이공계 졸업생들의 직업 안정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이 이공계 연구인력에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댄 것이다. 물리학과를 선택해 기업 연구소에서 일했던 ‘고교 수석 졸업생’ 아버지가 자녀에게는 ‘면허가 있는’ 의사 직업을 권할 정도다. 자신이 외면했던 의대를 갔던 친구는 70세가 넘어도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노후 생활에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가 되면 모두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일까? 요즘 대학병원 의사나 개인병원 의사 할 것 없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의원을 차렸다가 인테리어 비용도 건지지 못하고 문을 닫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전공과에 따라 ‘안정성’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일부 과는 여전히 개업이 어렵고, 소아청소년 의원도 폐업한 곳이 크게 늘었다. 이비인후과도 환자 감소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의대에 입학했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만 펼쳐지는 게 아니다. 의과대학 6년, 인턴, 레지던트 등을 거치며 치열한 내부경쟁을 뚫어야 이른바 ‘인기 전공과’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또한 이공계 전공처럼 시대 흐름을 타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우수한 의대생들이 산부인과, 외과, 내과로 몰렸지만 요즘은 정신건강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이 주목받고 있다. 힘든 수술로 인한 의료사고의 위험성, 근무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병원 취업은 좁은 문이다. 중소병원, 개인병원은 경영이 어려워 의사에게 ‘비지니스 마인드’를 요구하는 곳이 많다. 병원 운영을 위해 돈을 벌어줘야 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마음고생이 심할 수 있다. 외부의 기대만큼 고액의 연봉을 받지 못하는 곳도 있다. 중소병원은 60세가 정년인 곳이 많다. 퇴직 후 동네병원을 차리려면 투자도 많이 해야 한다. 경영 리스크가 상당해 밤잠을 못 이루는 개원의들이 많다.

과학 영재고 졸업생의 의대 진학을 막을 수 없다면 대안으로 ‘의사 과학자(의과학자)’ 양성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의대 지원을 허용하되 환자 진료보다는 신약·백신 개발에 몰두하는 의과학자 코스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고교 때부터 기초과학 ‘훈련’을받은 이들은 의과학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늦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유능한 의과학자 부족도 원인이다.

국내 간판기업 최고경영자(CEO)·고위 임원의 대학 전공은 이공계가 상경계보다 더 많은 곳이 상당수다. 기술을 강조하는 삼성그룹은 이공계 출신이 CEO의 80%를 넘기도 했다. 대기업 고위 임원의 연봉은 10억 원을 넘는 곳이 많다. CEO 연봉은 수십억 원이다. 여기에 각종 수당·스톡옵션도 있다. 벤처기업에 뛰어들어 엄청난 돈을 버는 경우도 있다.

이공계 출신은 무엇보다 세계 1위 반도체·스마트폰·가전 신화의 주역들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내가 만든 제품을 미국인의 절반이 사용하고 있다는 뿌듯함이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이공계가 세워주고 있다. 과학 영재고 학생들은 이런 선배들의 자부심을 이어가야 한다. 코로나 백신 같은 감염병 백신도 우리가 직접 만들어 내야 한다.

한 원로 의사가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의 유행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지 마세요. 유행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분석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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