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태양을 특허 낼 수 있습니까?

[Dr 곽경훈의 세상보기]코로나19 백신-치료제와 의료 공공성

Silhouette of a light bulb at sunset.

드럼통을 닮은 기구가 농구장 크기의 공간에 줄지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드럼통마다 비쭉 나온 머리가 보인다. 그러니까 머리를 제외한 환자의 팔과 다리, 몸통은 모두 드럼통을 닮은 기구 내부에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줄지어 늘어선 수십 개의 기구 사이를 간호사와 의사가 분주히 돌아다닌다. 요즘에는 매우 생경한 모습이지만 1950년대 미국에서는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상황이었다.

그런 환자의 초기 증상은 대수롭지 않았다. 인후통, 발열, 피로, 구역, 두통, 위통을 호소하며 대부분은 이틀에서 닷새 사이에 회복한다. 그러나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전체 환자의 0.5% 정도는 팔과 다리가 마비된다. 마비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호흡근육까지 침범해서 마비가 나타난 환자 100명 중 2~10명은 호흡기능이 떨어져 숨진다.

여름마다 찾아오던 이 무시무시한 불청객은 소아마비(Poliomyelitis)다. 처음에 언급한 ‘드럼통을 닮은 기구’는 호흡근육이 마비된 환자의 호흡을 돕는 기계로 현대적인 인공호흡기가 보편화하기 전까지 널리 사용됐고 ‘강철의 폐(Iron Lung)’란 별명으로 알려졌다. 안타깝게도 호흡마비에서 회복하는 사례는 드물어 많은 환자가 평생 동안 ‘강철의 폐’에 의지하여 ‘감옥 아닌 감옥’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다행히 요즘에는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소아마비는 잊어진 질병이다. 1954년 조너스 소크(Jonas Salk)가 최초의 소아마비 백신을 상용화했고 대규모 접종을 시작하면서 소아마비의 기세가 점차 수그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보행 장애와 호흡마비 같은 소아마비의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강철의 폐’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초의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는 유대계 미국인으로 자신만만하고 늘 유명세를 갈망하는 야심가였다. 원래 인플루엔자 백신을 연구하며 경험을 쌓은 터라 소아마비 백신에도 같은 과정으로 접근했다. 즉, 포르말린 같은 화학약품을 사용하여 바이러스를 죽인 다음 사용하는 소위 ‘사백신’ 방식으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다. 그리고 아직 임상시험의 윤리가 확립하지 않은 시절이어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서 가장 먼저 백신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어린이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하는 솔트 박사[사진출처=위키피디아]
어쨌든 ‘최초의 소아마비 백신’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얻었다. 언론 역시 앞 다퉈 취재에 나섰고 앞서 말했듯, 조너스 소크는 유명세를 갈망하던 터라 그런 상황을 즐겼다. 그러다가 기자회견에서 우연히 소아마비 백신의 특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엄밀히 말하면 특허를 독점해도 조너스 소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유명세를 갈망하던 소크는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은 태양을 특허 낼 수 있습니까(Could you patent the sun)?“

사실 소크가 개발한 사백신 방식의 소아마비 백신은 곧 힘을 잃는다. 1957년 앨버트 세이빈(Albert Sabin)이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한층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주사로 접종하는 소크의 백신과 달리 경구로 투여하여 훨씬 사용하기 쉬운, 새로운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신의 특허권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에게 “당신네는 태양을 특허 낼 수 있습니까?’라며 쏘아붙인 행동은 소크에게 커다란 명성을 안겨준다. 그 멋진 문장 덕분에 조너스 소크는 좁게는 ‘치명적인 전염병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넓게는 ‘의료서비스 자체’의 공공성을 환기시킨 인물로 기억된다.

지난 2년 가까이 인류를 괴롭힌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조너스 소크의 명언은 큰 의미를 지닌다. mRNA 백신을 거의 독점한 화이자가 자기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절박한 상황의 국가들에게 강요했고 머크에서 처음 개발한 경구 치료약이 90만원을 호가하는 고액임이 알려지자 의료의 공공성을 다시 주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유한 국가가 필요 이상으로 백신을 과도하게 구입하고 가난한 국가는 가뭄에 콩 나듯 백신을 얻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는 ‘당신은 태양을 특허 낼 수 있습니까?’란 소크의 반문에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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