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더 신경 써야 하는 혈압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월 중순. 이제 진짜 겨울이다. 며칠간 내린 가을비로 단풍은 다 떨어지고 낮에도 찬바람에 옷을 여민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뉴스. 추운 날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기사다. 날씨가 추워질 때 혈압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뭘까?

◆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돼 혈압 상승 위험
혈압은 혈액이 혈관 벽에 가하는 힘이다. 건강한 혈관은 혈액이 가하는 힘에 대응해 혈관을 보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뿜는 힘은 매우 강한데 이때 동맥은 혈액의 힘에 대응해 확장되었다가 돌아온다. 이러한 능력을 ‘혈관의 탄력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양한 원인으로 심장과 혈관을 포함해 혈압을 조절하는 생리적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면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이나 이상지질혈증 등의 동반 질환이 없을 때, 수축기 혈압 14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 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면서 전신으로 혈액을 내보낼 때 혈액이 혈관에 가하는 힘을,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확장되면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 혈액이 혈관에 가하는 힘을 말한다. 혈압계에 표시된 130/90 mmHg의 경우, 앞쪽의 130이 수축기 혈압이고 뒤쪽의 90이 이완기 혈압이다.

수축기 혈압이 120 mmHg 미만이면서 이완기 혈압이 80 mmHg 미만일 때가 정상인데, 둘 중 하나라도 이 범위를 벗어나면 생활요법이나 약물로 치료를 시작한다. 혈압 조절은 혈액의 힘에 대응한 혈관의 변화가 주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스트레스 등으로 혈관이 수축하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더 높아진다. 추운 날씨 또한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일 수 있다. 우리 몸이 추운 날씨에 노출되면 열 손실을 줄여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피부 근처의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약간 높아지는 것이다.

누구나 겪는 반응이라 일반인들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혈압 조절 능력이 감소된 고혈압 환자나 노년층에게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 고혈압약은 안정적 혈압을 유지해 합병증을 막는 것
고혈압의 치료 목적은 뇌출혈, 허혈성 심장질환 등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및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고혈압약은 크게 네 종류로 나뉜다. 가장 많이 쓰이는 건 동맥혈관을 확장하는 약과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 ‘안지오텐신’의 작용 강도를 조절해 혈관을 덜 수축시키는 약이다. 혈관이 수축하면 혈액이 혈관에 가하는 힘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심장 박동을 조절해 심장이 내뿜는 혈액의 힘을 조절하는 약, 마지막은 ‘이뇨제’다.

이뇨제는 장기간 고용량 복용하면 미네랄 소실을 높여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적정 용량은 효과적으로 혈압을 조절한다. 이뇨제는 소변으로 수분 배출량을 늘려 혈액량을 조절함으로써 혈관이 받는 부담을 줄여준다. 이뇨제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단 혈관을 확장하거나 혈관을 덜 수축시키는 약과 섞여서 사용된다. 혈압이 높은 분들에게 소금 섭취량(염분 섭취량) 조절을 권하는 이유도 원리는 같다. 소금을 통해 혈액에 나트륨이 늘어나면 수분량도 같이 늘어나 혈액량이 증가함으로써 혈관에 가하는 혈액의 힘이 증가하는데, 소금 섭취량을 줄이면 이러한 혈관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먹는 소금 섭취량을 정확히 체크하거나 혈관의 수축력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혈압약은 혈압 조절 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안정적으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생활 조건에서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심장과 혈관 등 신체 조직을 손상시켜 합병증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혈압 조절 능력을 더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는 더더욱 혈압약 복용을 중요하게 강조한다.

◆ 혈압 관리에 도움을 주는 생활습관
고혈압약을 복용하더라도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 지금 처방받은 약은 현재 혈압 조절 능력을 기준으로 처방된 것으로, 나쁜 생활 습관으로 현재의 혈압 조절 능력이 저하되면 약의 용량 조절이 필요할 수도 있다.

혈압 관리에 제일 좋은 건 체중 감량이다. 2018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체중 1kg 감소할 때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1.1/0.9 mmHg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대략 체중 10kg 감량하면 혈압을 10 mmHg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내가 지금 고혈압약을 복용하는데 체중 감량으로 혈압이 감소하면 고혈압약을 끊을 수 있을까? 고혈압약을 어떤 상태에서 복용하기 시작했느냐에 따라, 그리고 혈압 상승에 체중이 끼친 영향이 얼마이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키 170cm에 60kg 체중을 가진 남성이 고혈압을 진단받았다면 이 분은 체중 감량이 오히려 저체중을 일으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꾸준한 운동은 체중 감량과 관계없이 수축기/이완기 혈압을 평균 4.9/3.7 mmHg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꾸준한 운동은 하루 30~50분, 1주일에 5일 이상을 의미한다. 정상체중임에도 고혈압 전단계로 진단받은 분들에게 운동을 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나친 음주를 피하고, 금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일 고혈압 전단계로 생활습관 위주의 혈압 조절을 고민하고 있다면 담당의와 상의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교육받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는 게 필요하다. 혈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는 건 이미 혈압 조절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일반적인 생활습관 관리만으로는 개선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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