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은 왜 코로나19에 잘 걸리지 않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왜 코로나19에 덜 걸렸을까? 단순히 방호장비 덕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서 결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의 숨겨진 비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질문에 답할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0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
지에 발표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말라 마이니 교수팀의 논문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런던 지역 병원에서 일한 의료 종사자 58명의 혈액샘플을 채취했다.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높은 병원에서 일했지만 혈액 샘플 채취 후 4개월 동안 PCR(유전자증폭)과 항체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거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지 않은 사람들의 샘플이었다.

연구진은 이들 음성반응을 보인 의료종사자 중 20명에게서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킬러 T세포의 양이 증식됐음을 발견했다. 이는 면역체계가 감염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이들 중 19명은 또한 IFI27이라고 불리는 면역체계 단백질의 수치가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의 초기 지표였다.

연구진은 이를 ‘유산감염(abortive infections)’으로 규정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로로 침투했지만 바이러스가 자리 잡기 전에 면역체계가 작동해 바이러스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해당 의료종사자의 T세포가 바이러스의 번식을 돕는 ‘복제 전사 복합체(Replication Transcription Complex‧RTC)’라고 불리는 바이러스성 단백질 군집을 무력화시킨 결과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는 해당 의료종사자들이 코로나19에 걸린 다른 의료종사자와 비교했을 때 RTC를 인식하는 T세포를 보유한 비율이 높다는 점에 의해 입증됐다.

연구진은 심지어 팬데믹 이전에 채취된 해당 의료종사자들의 혈액 샘플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TC를 인식할 수 있는 T세포를 발견했다. 이 T세포들은 감기 증세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생성됐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직접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면서 “일상적 감기가 코로나19 면역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보다는 해당 의료진이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정기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부수적으로 얻게 된 면역력일 수 있다고 스웨덴 카롤린스키 연구소의 마커스 버거트 교수는 추론했다.

그럼 어떻게 킬러T세포에게 코로나19를 인식하게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활용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겨냥한다. 하지만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바이러스마다 상당히 다르다. 반면 RTC는 여러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RTC를 겨냥하는 백신을 개발할 경우 광범위한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아우르는 ‘범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해당 논문의 원문은 다음 인터넷 주소(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4186-8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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