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초강력 변이 부를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초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인 머크(MDS)사의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가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를 촉진하기 때문에 보다 치명적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세계적 바이러스학자가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하버드대 바이러스학자인 윌리엄 하셀틴 교수는 7일(이하 현지시간)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블로그에서 “새로운 변이의 출현을 깊이 우려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돌연변이 물질인 약물을 유통시키려 한다”며 “나는 이보다 더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감염 5일 이내 환자 755명 대상 임상시험에서 입원율과 사망 위험을 50% 수준으로 줄였다. 몰누피라비르 복용자의 입원율은 7.3%이었으나, 위약 복용자는 14.1%가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 기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 복제가 일어나지 못할 때까지 RNA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던 하셀틴 교수는 몰누피라비르가 이렇게 돌연변이를 마구 일으키게 하기 때문에 반대로 지금까지 없었던 강력한 코로나19 변이를 낳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그는 항생제를 처방 받은 환자가 종종 상태가 호전됐다 하여 약물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약물에 대한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의 생성과 전파를 돕는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같은 방식으로 몰누피라비르 처방을 받은 코로나19 환자가 호전됐다 하여 복용을 중단할 경우 내성을 갖춘 바이러스 변이가 살아남아 다른 사람에게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제가 인간에게 새롭고 더 위험한 바이러스를 만들려 한다면,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 완치되기엔 부족한 약을 먹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4일 영국 의약품 및 보건의료제품규제청(MHRA)의 몰누피라비르 사용 승인이 이뤄지고 30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사용승인 심사가 예정된 미묘한 시점에 제기됐다. 국제과학전문지 ‘사이언스’의 뉴스매체 ‘사이언스인사이더’는 그 파장을 우려해 다른 바이러스학자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하셀틴 교수의 우려가 어느 정도 타당성을 지니긴 하지만 과도하다고 밝혔다.

♦머크와 화이자,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영국 옥스퍼드대의 바이러스 진화전문가인 아리스 카추라키스 교수는 “현재 우리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 때문에 생명을 구하는 약을 보류할 처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돌연변이를 더 많이 강요하는 것이 바이러스에게는 더 나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미국 에모리대의 전염병 전문가인 레이몬드 쉬나지 교수도 변이 발생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셀틴 교수의 우려를 뒷받침하려면 몰누피라비르가 유도한 돌연변이로 끝까지 살아남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어야 한다. 2년 전 미국 밴더빌트대의 바이러스학자인 마크 데니슨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약물 내성을 보이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EIDD-1931이라는 약물에 여러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를 노출시켰다. 연구진은 설치류를 감염시키는 MHV(Murine hepatitis virus)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에서 30회의 약물 치료로 162번의 돌연변이가 일어났음에도 바이러스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데니슨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개별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를 목록화한 것이 아니라 두 종의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에 감염된 세포집단에서 최대 162번 돌연변이가 발생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바이러스를 손상시켜 성장을 둔화시켰다. 데니슨 교수는 “(몰누피라비르와 관련해) 우리 연구에서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취한다면 바이러스가 내성을 통해 적응하려고 하면 지속적으로 해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잠복된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는 학자가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미생물학자인 라빈드라 굽타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가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 즉 면역 체계가 손상된 환자들에게서 번성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경고했다. 백신이 환자들을 보호하는 데 덜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는 “바로 이들이 몰누피라비르를 가장 많이 맞을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머크사의 전염병연구부서 책임자인 다리아 하주다 팀장은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사람들이 새롭고 위험한 돌연변이로 바이러스를 생성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5일간의 약물 치료를 마친 환자들에게서 “우리는 어떤 전염성 바이러스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그녀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은 특정 유전자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무작위적인 것이기에 하셀틴 교수의 우려는 “선택적 편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다른 전문가들은 몰누피라비르 처방이 치명적이지도 않고 추가 감염을 차단하지만 약물에 내성이 있는 바이러스의 출현을 촉진할 것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는 항바이러스제의 일반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몰누피라비르 사용승인이 발표된 5일 화이자가 개발한 또 다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입원율과 사망률을 89%까지 줄여줬다는 임상시험결과가 발표됐다. 《사이언스》지는 이 뉴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내성을 막기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전략처럼 두 가지 약물을 병행 복용하는 것이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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