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가능한’ 병인데.. 혈관질환 가족의 비극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치매, 혈관질환이 급속히 늘고 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병들이다.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에 걸리면 목숨을 건져도 반신불수 등 큰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 몸을 가누지 못하니 곁에서 시중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경제적 문제 등으로 간병인을 쓰지 못하면 가족이 도맡아야 한다. 몇 년을 간병하다 보면 가족도 지칠 수밖에 없다. 특히 한 사람이 계속 시중을 들다보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수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도 ‘간병 살해’라는 끔찍한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오랜 병간호에 지쳐 환자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낯선 용어다. 과거 일본의 간병 살해 뉴스를 듣고 혀를 차던 우리가 요즘은 이런 비극과 직접 마주하고 있다. 최근에도 안타까운 청년의 소식이 전해졌다.

20대 대학 휴학생이 뇌졸중(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된 아버지를 굶어 죽게 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는 사연이 보도됐다. 이 청년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가출한 이후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밤낮으로 보살폈다고 한다. 근근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병원비.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마침내 쌀 살 돈도 떨어지자 신세를 한탄하던 아버지는 곡기를 끊었다고 한다. 청년은 울면서 아버지 방에서 그대로 뛰쳐나와 ‘간병 살해’ 의혹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환자를 방치했다는 의심이다.

이 비극적 사건은 엄청난 복지예산을 쓰면서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우리의 허술한 복지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생계부양자나 노약자가 중병에 걸리면 생계마저 위협받는 간호·간병복지의 공백이 드러난 것이다. ‘간병 살해’의 비극을 막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들을 촘촘하게 관리하는 간병 시스템 구축은 쉽지 않다. 제도와 예산의 지원 없이는 복지사각지대의 허점을 메울 수 없다. 노령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는 일본은 간병 살해가 한 해에 50건 가량 발생할 정도로 이미 사회문제화 됐다. 한 주에 한 건 꼴로 간병 살해 뉴스가 전해진다.

간병이 필요한 치매, 혈관질환은 사실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들이다. 치매의 여러 원인 가운데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는 음식 조절·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 금주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뇌졸중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위험요인인 고혈압·당뇨병을 피하고 소금 섭취 절제,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과일을 많이 먹으면 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흡연은 혈관(동맥)에 혈전을 만들고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위험인자다. 비흡연자에 비해 뇌졸중 위험도가 2배 정도 높다. 심장병, 뇌졸중을 걱정하는 사람은 담배부터 끊어야 한다. 남이 피우는 담배연기도 피해야 한다. 필터를 통하지 않은 담배 끝에서 바로 나오는 연기에 유해물질이 더 많다. 흡연은 암 발생과도 관련되어 있다. 폐암 뿐 아니라 위암, 췌장암, 방광암 등도 흡연이 최대 위험요인이다. 담배연기 속 발암물질은 혈액 속으로 들어가 온 몸을 돌고 돈다.

오랜 기간 골초에 폭음을 일삼다가 뇌졸중에 걸린 한 중년 남성이 “아들아. 미안하다. 젊었을 때 몸 관리를 해야 했는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들은 부모의 이혼으로 중학생 때부터 소년 가장 역할을 했다. 우리 주위에는 의외로 이런 가정들이 많다.

‘간병 살해’는 국가 시스템의 미비로 인한 것이지만, 좁게 보면 개인의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가장 좋은 ‘가족사랑’은 내 몸, 내 건강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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